2019년 겨울 읽었던 한 투자서적은 주식을 대한민국 국민 10% 정도만 사용하는 용어라고 소개했다. 그때만 해도 위험한 재테크 수단 정도로 여겨졌던 주식은 이젠 완벽한 대중화가 됐다. 1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은 지하철, 길거리, 식당에서도 스마트폰 주식창을 보고 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되며 증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중이다. '사상 최고', '역대 최초'라는 거창한 수식어조차 감정적으로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날마다 따라다닌 역사적 순간은 이젠 일상이 됐다.
새로운 시장 참가자를 살펴보면 청년들이 상당수였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만들어진 주식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20·30은 부지불식간에 주식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까. 취업난을 뚫고 사회에 발을 디딘 20·30세대에게 현실은 가혹했다. 예·적금으론 답이 없고 부동산은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던 인류의 재난은 두려움의 영역이었던 주식을 기회의 땅으로 바꿔놓았다. 한 해 동안 30% 이상 치솟은 지수는 시장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곱씹게 해줌과 동시에 '흙수저 세대'에게 처음으로 주도권을 빼앗아오며 승리했다는 황홀감을 안겨줬다. 많은 시장 참가자가 경험해보지 못한 달콤함을 만끽 중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뭔가 큰 암초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최근 취재차 통화했던 연구원들의 느낌은 이랬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과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이 한계치에 달했다.",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순 없는 장세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등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 "내후년 실적 전망치까지 가져와야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 상황에서 주가 상단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한마디로 요약건대 합리적 측면에서 오르는 장세는 아니란 것이다. 2000년대 닷컴버블을 경험했던 앞선 세대들은 그때를 복기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시장의 뉴페이스에게도 대비할 시간이 남아있길 바란다. 매매를 위한 매매가 반복되는 지금이야말로 '원칙'이라는 투자의 기본을 다시 생각할 때다. 기회의 땅이 황무지로 되돌아가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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