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서원(전 최순실) 사건은 국내 여자대학의 총장 선출 문화를 바꿔놓았다. 최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 사건이 터진 후 최경희 전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다. 이화여대는 당시 개교 131년 만에 처음으로 교수·학생·교원·동문이 참여한 직선제 투표를 통해 총장을 임명했다.
총장 직선제 선출 방식은 이화여대의 바람을 타고 국내 여대로 퍼졌다. 여대의 투표권 쟁취 움직임이 활발한 모양새를 띄더니, 국내 7개 여자대학 중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덕성여대, 숙명여대가 결국 총장 직선제를 이뤘다.
최근 신임 총장 선출 이후 한 여자대학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여자대학교다. 서울여대는 최근 총장 선임 이후 이사회와 학내 구성원이 대립하고 있다. 간선제로 실시된 총장 선거에서 대학 구성원 투표를 거쳐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순위 후보 대신 이사회가 득표 차이가 컸던 2순위 교수를 총장으로 선발하면서다.
특히 총추위 구성원 15명 중 이사회가 임명한 외부위원 4명만이 이사회에서 최종 선출한 총장에게 몰표를 줬다는 점 등에서 이사회 '입맛 맞추기 식' 임명이라는 의혹마저 나온다. 나머지 11명은 1순위 득표자에게 손을 들었던 상황이다.
이사회는 결국 총추위 외부위원만이 '몰표'를 줬던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1위와 2위가 뒤집힌 순간이다.
사실 이런 '막판 뒤집기'는 대학 총장 선출 과정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의 요지는 명확하다. '간선제'를 택한 서울여대 법인이 구성원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를 나타낸 뒤 총추위에서도 1위로 뽑힌 후보자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투표의 힘'을 무력화한 셈이다. "간선제도 아닌, 사실상 폐쇄적인 임명제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여대 구성원의 외침이 여느 여대와는 다른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유난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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