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아무리 봐도 유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이 아니다.
이 법률안의 핵심 쟁점사안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영업시간이나 영업일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홍익표 의원 등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자산기업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월 2회 강제하겠다고 한다. 스타필드, 롯데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동주 의원 등은 아예 복합쇼핑몰뿐 아니라 백화점, 아울렛, 전문점, 면세점까지로 영업규제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두번째는 출점제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정호 의원 등이 발의한 내용을 보면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하는 전통상업보존 구역의 지정범위를 기존 전통시장 경계의 1㎞에서 20㎞이내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세번째로는 온라인사업도 규제하겠다고 한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이면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해 오프라인 업체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네번째는 판매지역을 제한하는 것으로, 소재지 이외의 장소에서 출장세일 형태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의안은 총 14건에 이른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나온 취지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였다. 이들 의안들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대기업들과 주위의 전통시장 등 유통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유통기업·영세상인들 간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 명절 같은 휴일을 보낼 수 있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의안의 취지는 좋고 당연히 공감대가 가는데 웬지 느낌은 불길하다. 정권 출범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다가 오히려 일자리만 줄인 경험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집값 폭등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들이 오히려 주택구매를 부추겨 '벼락거지' '영끌매수'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역효과를 낸 기억이 생각난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아무리 살펴봐도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은 찾기 힘들다. 원래 법안의 취지인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에 부합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 온통 규제에 대한 관심만 가득하다.
더군다나 지금 영세상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대기업 탓으로 돌려 또 다시 '대기업 vs 영세상인'의 구도로 만들고, 이를 통해 '대기업=악' '영세상인=선'이란 이분법적 프레임을 씌우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부에선 대규모 점포 문을 닫는다고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안 가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 사고방식으로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하면 전통시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게다가 4차산업혁명에 코로나19로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비대면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패턴은 바뀌었다. 심지어 대기업들마저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군살을 빼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진정으로 발전법이 되려면 중소 유통업체, 영세 상인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육성·진흥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덮어놓고 규제만 하려고 든다면 '유통산업망할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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