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일까. 정부가 결국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의 고령자 접종을 보류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AZ 백신은 저개발국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이 때문에 3~4달러로 저렴하고, 2~8도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예방효과는 62%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효과(95%)보다 떨어진다. 임상 데이터도 부족하다. AZ 백신 임상 규모는 2만여명으로, 화이자·모더나 임상(5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임상 90%가 18~55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65세 이상은 고작 600여명(7%) 포함됐다.
적정 용량도 불분명하다. 국내 도입되는 AZ 백신 표준 용량은 62%의 효과를 낸 반면, 연구진 실수로 이루어진 저용량(표준용량의 절반)에서는 90%의 예방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측은 현재 고령자 투여 가능성과 최적의 백신 용량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다음 달에나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화이자, 모더나와는 달리 AZ 백신은 먼저 도입한 나라가 별로 없어 안전성을 담보할 근거도 부족했다. 한국은 AZ 백신의 시험무대였던 셈이다. 이 모든 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건강이 유독 좋지 않은 요양병원·시설 노인들에 우선 접종을 고려했던 이유는 뭘까.
AZ 백신은, 백신 구매 경쟁에 뒤처져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에겐 구세주나 다름 없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생산해 유일하게 공급 일정을 확정할 수 있는 백신이기도 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행 계획이 AZ 백신의 공급 일정을 바탕으로 발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과는 급했고, 선택지는 없었다. 성급함은 결국 위험한 결정을 만들어냈다.
고령자에 대한 AZ 백신 접종이 보류되면서 전체 접종 시행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또 한번 무너졌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K-방역 초기부터 지적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정책 결정들은 끝까지 잡음을 내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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