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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창업/취업

[체험기] 배달음식 전문점 창업 체험! 맛도 맛이지만 '배달 앱'에 웃고 울고...

열심히 준비한 음식 늦게 도착하기라도 하면 별하나 리뷰에 허탈

노원구에 위치한 공유주방에는 10여곳의 음식점이 입점해있다.

여기저기 '띵동' 울려대는 주문 요청 소리와 웅장하게 뿜어져 나오는 포스기 전표 소리에 요리사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배달 라이더들이 한 움큼씩 들고 가는 배달음식들은 누가 봐도 불황이 없는 듯하다.여기는 여럿 음식점이 한데 모인 노원구의 한 공유 주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1인 창업자들은 소자본 창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공유 주방에서 열정만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는지 직접 창업의 현장으로 뛰어들어가 봤다.

 

공유 주방은 상가 매입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고 창업 진입장벽도 낮다. 공유 주방은 기본 주방시스템과 업소용 냉장고와 개수대가 세팅이 되어있어서 조리기구와 만들 재료만 준비하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다. 최근 음식 배달 앱의 보편화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창업에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 1월 노원구에 위치한 한 공유 주방에 입점한 야채곱창집 창업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봤다. 작년 9월에 가계를 오픈한 지점장은 배달과 방문 포장 전문점으로 하는 1인 창업을 시작한 경우다. 본 기자는 처음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평일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곱창가게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고맙게도 아르바이트 비용도 챙겨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1주 차/ 쉬운 조리법·쏟아지는 주문 전표

포스기에서 울리는 배달 주문 소리와 주문 전표 소리에 활력이 넘친다. 후왕(조리용 환풍기)을 켜고 조리용 프라이팬을 화덕에 올려 불을 붙이고 야채곱창 조리를 시작한다.

매뉴얼대로 납품받은 곱창과 소스 그리고 양배추를 소스가 잘 버무려지게 볶은 후 당면과 함께 한번 더 볶으면 5분 만에 야채곱창이 조리되어 나왔다.

눈깜짝할 사이에 만들어지는게 신기했다. 일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 배달업체를 부르면 비로소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정해진 매뉴얼대로 야채곱창과 소스 양배추를 넣고 조리에 들어간다.

이와 같은 작업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조리되어 진행된다. 옆에서 조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말 쉬워 보였다. 창업을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군다나 울려대는 배달 주문 소리와 전표 뽑아지는 소리에 돈 들어오는 소리가 눈에 보였다.

 

2주 차/ 웍을 들고 조리를 시작하다

1주일 동안 재료 준비 방법과 설거지 등을 배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야채곱창 조리에 들어갔다. 야채곱창, 알곱창, 순대볶음 등 메뉴에 따라 곱창의 무게가 달랐다. 때로는 두 가지를 섞어서 주문이 들어오면 곱창의 양을 계산하기 바빴다.

정량의 곱창을 재고 있다.

야채곱창 1인분 주문이 들어왔다. 처음 교육받은 조리 순서대로 조리를 시작했다.곱창이야 정량이 있어서 문제는 없었는데 양배추 양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망설여졌다.

1인분 용기에 들어갈 정도를 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잘해야 한다는 욕심에 너무 많은 양이 조리되었다.

강력한 화력은 곱창의 불맛을 입히기도 한다. 때로는 방심했다가는 태워먹기도 한다.

화구도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화력이 장난 아니어서 조리 웍의 손잡이까지 뜨거운 열기가 전달되었다. 불이 너무 강해 조리도 중 곱창을 태워먹기도 했다.

한 사람이 야채곱창을 볶아서 배달용기에 담아내면 다른 한 사람은 서비스 품목 준비와 주문서 대로 메뉴가 나왔는지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포장을 해 놓으면 호출된 배달업체 직원이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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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된 음식 포장. 딜리버리가 찾아가면 끝.

야식 개념의 야채곱창이라 저녁시간에 주문이 몰렸다. 토요일 일요일에 주문이 많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체험하고 있는 기간 동안 평일날 주문이 많았다.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후라이펜을 준비하고 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했다가 일손 부족

재료 공급과 조리법이 혼자 하기에도 충분한데 굳이 한 사람이 더 있어야 하냐고 물었다.

야채곱창 점장은 "혼자도 가능하다. 한 가지 메뉴에 주문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들어온다면..." "음식 조리 도중에 다양한 메뉴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 혼자 하기에는 속수무책이다. 조리와 배달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주문이 밀릴 때는 배달 주문 포스기를 중지시켜 놓는다"라고 말한다. "지금은 일손이 부족에 부모님이 도와주시고 있다"고 밝혔다.

 

야채곱창 점장은 사무직에서 일하다가 처음으로 음식 포장 배달 1인 창업을 시작한 경우다. 1년 동안 본업과 곱창집에서 일을 배우며 준비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가게를 알아보다가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일단 공유 주방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밀려드는 주문에 혼자서 감당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밀려드는 주문에 신나기도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배달주문 포스기를 꺼 놓을 때도 있다. 사진/최규춘 기자

 

3주 차/ 음식 맛있지만 리뷰에 따라 주문도 줄어

이곳 야채곱창집은 나름 유명한 곱창집의 재료를 납품받아 조리를 하고 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곱창 냄새도 안 나고 맛도 좋다. 배달 어플 리뷰 평도 제법 좋게 달리고 있다.

야채곱창 외에도 양념막창도 새로 시작했다.

배달 주문이 뜸해지기라도 하면 야채곱창 점장은 배달어플 음식 평을 관리한다. 리뷰에 안 좋은 글이라도 올라오면 마음을 조리기 일수라고 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냈는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보니까 열정이 많이 다운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배달전문점이라 배달 주문 어플의 점수가 낮게 올라오는 날은 주문량이 평소보다 적어진다고 말한다.

 

속상하지 않냐는 질문에 "배달어플의 음식 평가 점수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장사하면서 이거는 작은 측에 속한다며 앞으로 일해보면 더 큰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직접 체험을 시켜주겠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폭설과 배달지연 그리고 리뷰 별점 한개는 영업하는데 아쉬움이 발생한다.
지난 1월 6일 저녁 노원구 일대는 폭설이 내려 음식 배달이 지연되었다.

눈이라도 내리면 '배달 올 스톱'

하늘이 끄물끄물하더니 눈이 펑펑 내린다. 공유 주방에 입점해 있는 음식점 사장들이 술렁인다. 배달업체 포스기에서는 공지사항이 계속 울려된다. 눈이 내려 배달이 지연된다는 공지가 올라온 지 몇 분 안 되어서 비탈진 지역은 배달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떴다.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은 배달을 할 수 없다는 공지를 끝으로 포스 기는 조용해졌다.

 

음식점 사장님들의 한탄이 쏟아진다. 눈을 원망하는 건지 배달을 원망하는 건지 않수 없는 한숨 소리만 커다랐게 들렸다.

 

점장은 말한다. "눈만 내리면 다행이게? 다음날 영하로 떨어지면 배달 운행을 안 해서 또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한다. 며칠째 이어지는 영하 날씨에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배달은 중지되었고 가게문은 닫았다.

 

 

4주 차/ 혼자서 장사하기 어렵게 하는 것

혼자서 장사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저녁 7시 사장님과 함께 음식 조리와 포장을 분담해서 작업하던 중 가까운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배달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가까운 곳은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 점장이 배달을 나간 사이 주문이 들어온다. 혼자 남은 나는 여유롭게 음식 조리를 하던 중 포스기에서는 배달 주문 소리가 연신 울려된다.

 

유선전화에서는 전화벨이 울리고 '잘 못 온 거 갖다'는 고객의 컴플레임을 확인하느라 음식 조리가 중단되었다. 그 와중에도 배달 주문은 연신 울려 됐고 긴 혓바닥처럼 뽑아져 나온 주문 전표는 바닥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조리 완료 시간에 맞춰 가져 갈 수 있게 배달대행도 미리 불러 놓은 상태다. 배달 라이더는 도착해 있고 배달 가야 할 곳의 음식 조리는 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배달을 요청하지만 배달지연이 있는 날이면 딜리버리 도착시간에 맞춰 조리가 시작되기도 한다.

혼자 장사할 수 있다는 환상이 무너진 순간이다. 혼자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컴플레임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게 정지되어 버렸다. 다행히 배달 간 사장이 돌아와서 모든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다.

 

메뉴개발 중인 야채곱창 덮밥. 메뉴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주문이 뜸 할 때면 메뉴개발도 한다.

열정도 준비된 자가 성공

한 달간의 배달음식 소자본 창업의 현장 경험은 이론과 실전이 정말 다름을 알기에 충분했다. 오늘 장사가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재료 준비의 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고객응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조금이나마 격어볼 수 있었다.

 

음식 조리와 별개로 배달 주문 포스기 다루는 법도 알아야 했다.배달 전표가 안 나와서 업체를 불러야 했고 주문은 들어왔는데 포스기가 울리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주문 취소를 당해야만 했다. 고객에게 미안한 마음과 배달어플의 리뷰 점수가 더 두려워지는 경험도 했다. 배달대행업체가 시간이 지나도록 음식을 가져가지 않아 발만 동동 거릴 때도 있었다. 음식 조리 시 매운 연기에 콜록거리기 일수였다. 이 외에도 어마어마한 일회용 용기가 사용되는 것을 보고 환경이 걱정되기도 했다.

비록 한 달간의 소자본 체험이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배달 전표 만이 힘들었던 모든 것을 해소시켜주는 듯했다.

 

한 달 동안 일하면서 예비창업자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한 달전 내가 했던 것 처럼 그들의 첫 질문은 "장사 잘되요?" "힘든 거 없어요?"였다.

 

이상 한달간의 창업 준비 체험을 마친다. 주변에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많이 있었다. 창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 변화는 몸소 겪어봐야 했다. 창업을 해야 할 업종에 대해 미리 경험을 쌓아야 본 창업에 들어갈때도 당황하지 않을 듯 하다. 공유주방에 입점해 있는 창업 사장님들의 성공에 대한 열정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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