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공급대책과 함께 쪽방촌 정비계획을 발표했지만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남대문 쪽방촌에 얼어 붙은 눈이 녹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쪽방촌 세입자들의 경우 재개발을 시작하면 퇴거 조치를 받고 이곳에서의 주거권을 잃게 된다. 주거약자를 위한 주택 공급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남대문로5가 250명 세입자, 월80만원 생계
지난 2일 방문한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남대문로5가)은 서울역 10번 출구 남대문 경찰서 뒤에 위치해 있다. 고층 건물이 많은 대로변의 모습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다. 집 밖으로 나와서 소주병과 담배 한 갑에 의지한 채 햇볕을 쬐고 있는 세입자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흔히 말하는 '남대문 쪽방촌'은 남대문로5가 일대와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약현성당 뒤 중림동 쪽방촌을 포함한다. 남대문로5가는 250명, 충정로 쪽방촌에는 200여명의 세입자가 살고 있다.
남대문 쪽방촌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문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담소 측에 취재 허락을 구한 뒤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현장 탐방에 돌입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좁은 골목들이 보였다. 250명의 세입자가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입주민 전원이 생계수단이 없는 60~70대 기초수급자들이다. 이들은 한 달에 월세 25만원이 포함된 수급액 80만원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역 동자동, 영등포 쪽방촌과 달리 입주자 대표도 없었다.
◆세입자 주거권 필요, 정비사업 변경안 제출
골목 구석을 돌며 사진촬영을 하자 몇몇 주민들이 기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건냈다. 한 세입자는 "기자들이 찾아와 사진을 너무 많이 찍고 갔다"라며 "우리 집 말고 다른 집을 찍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남대문 쪽방촌 일대는 지난해 2월부터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1월 쪽방촌 소유자들은 이 일대 주상복합건물을 짓게 하는 정비사업 변경안을 제출했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 될 경우 쪽방촌 주민들은 퇴거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국토계획법에 따라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동현 활동가는 "정비사업 변경안도 이곳 주민들에게 적절한 주거 계획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쪽방도 주거의 한 종류인 만큼 퇴거 위기에 몰린 주민들에게 적절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게 옳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공시행자 방식을 통해 세입자를 이주시키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무엇보다 서울시와 중구청이 의지를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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