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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동산일반

[쪽방촌 견문록] <4>종로 돈의동, '도심 속 빈민가'

지난 5일 현장취재한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전경. 탑골공원과 종묘광장공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정연우기자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 내려 모텔이 밀집된 골목을 지나자 '새뜰마을 알림판' 표지판과 함께 서울 돈의동 쪽방촌이 나왔다. 이곳은 탑골공원과 종묘광장공원 사이에 위치해 있다. 각 방 마다 '빈 방 있어요'라고 적힌 전단지가 문 앞에 붙어 있었다. 종로3가 일대는 귀금속거리와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익선동 한옥거리가 유명하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서울의 명소' 뒤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도시 빈민의 쉼터가 숨어 있었다.

 

◆월세 20만원대, '도심 속 빈민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서 흡연을 하고 있던 세입자 한 모씨(52)를 만났다. 이곳 쪽방촌에 들어와 산 지 올해로 4년째인 그는 "언제까지 이곳에 살수는 없다. 이전에 살았던 서초동으로 돌아가고 싶어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진행하는 임대주택 청약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한 때 서초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사업실패로 이곳에 살게 됐다"라며 "지금은 한 달에 월세 24만원이 포함된 수급비 80만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앞니가 죄다 빠져있던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주거약자의 '최후 보루' 쪽방촌은 안타가운 사연들이 모여 있었다.

 

한 씨가 사는 쪽방이 궁금했다. 그는 기자의 요청에 자신이 거주하는 방을 안내했다.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을 빼면 성인 남성 한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텔레비전 속에서는 20년 전에 유행하던 사극이 방영 중이었다. 한 씨가 사는 건물은 총 3층으로 구성됐다. 3층에 있는 쪽방은 한 씨가 사는 방보다 공간이 더 좁았다. 그는 "대부분 20만원대 월세를 내고 있는데 위치에 따라서 가격은 조금씩 다르다"며 "지하 방의 경우 22만원이다"라고 전했다.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모(52)씨의 쪽방. 성인남성 1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정연우 기자

◆세입자만 550여명, 공공개발 필요성 제시

 

돈의동 쪽방촌은 광복 후 집창촌이 자리 잡았지만 지난 1968년 김현옥 서울시장의 일명 '나비 소탕' 작전으로 도시 빈민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쪽방촌으로 불리게 됐다.

 

이 일대는 오랜 세월 동안 우범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이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취약지역 생활여건개조사업(새뜰마을사업)에 선정되면서 2018년까지 사업비 52억4200만원이 투입된 후 마을 경관이 달라졌고 공동작업장과 마을마당도 생겼다.

 

현장에서 만난 쪽방촌 상담소 직원은 "이곳은 총 550여명의 세입자들이 살고 있다"며 "입주자 대표는 따로 없고 입주자를 대상으로 가끔씩 간담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전경/정연우 기자
지난 5일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전경./정연우 기자

 

 

지난 5일 방문한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있던 '새뜰마을 파랑골목' 알림판. 화재 신고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골목 이름을 4가지로 지정했다./정연우 기자

돈의동 쪽방촌은 서울에 있는 다른 쪽방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깔끔했다. 골목 마다 CCTV를 비롯해 쓰레기 무단투기와 노상방뇨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쪽방촌 상담소 직원에 따르면 주소지가 복잡한 쪽방촌의 특성 상 주민 입장에서 화재 신고 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구역별로 빨강골목, 파랑골목, 초록골목, 노랑골목 등으로 구분지었다.

 

그러나 서울역, 영등포 쪽방촌과 달리 아직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1년8개월째 쪽방에 살고 있는 세입자 A씨는 "현재 월세로 25만원을 주고 살고 있다"며 "이곳은 다른 쪽방촌과 비교하면 A급 수준이지만 되도록이면 개발이 돼서 생활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새뜰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네 외관은 많이 바뀌었지만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이라며 "진정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이 나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게 옳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에는 돈의동 쪽방촌 외에도 동자동, 영등포, 남대문로5가, 창신동 등 5개의 쪽방촌이 존재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5일 쪽방촌에 대한 공공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돈의동 쪽방촌은 계획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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