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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작고 다정한 가게의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

"오늘 8시 넘었는데 커피 손님 3명이다. 코로나 터지고 가게를 열어서 잘된 적이 없다"

 

종종 가는 카페 주인장에게 "요즘 좀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여기서 8시는 오전이 아닌 밤 8시였다. 음료와 베이커리 모두 웬만한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월등히 맛있어서 코로나 시국에도 장사가 잘될 거라 내심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었을 당시 카페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해지면 회전율이 빨라져 이전보다 수입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틀린 생각이었다.

 

그는 "확진자 수가 20~30명 정도일 때는 그나마 손님이 좀 있었는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이보다 더 장사가 안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 바닥이 있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카페 사장은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누가 문 앞에서 사람들한테 500원씩 주면서 '저 가게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고 말했다.

 

카페 주인장에게 배달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하는 가게고, 손이 느려서 주문이 밀리면 패닉(공황 상태)이 올 것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배달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카페 사장이 코로나19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사정을 아는 동네 사람들이라면 그런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코로나19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고군분투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밤빵에 몸에 좋은 호박을 넣은 호박상투과자부터 집에서 만든 수제 얼그레이잼과 모과청에 생일선물용 초코쉬폰케잌까지 새로운 메뉴를 꾸준히 내놓으며 사람들의 발길을 잡으려 애썼다. 한 달에 4번은 전공을 살린 도자기 수업과 베이킹 클래스도 열었다. 5인이상 집합금지 조치 때문에 수강생도 최대 3명까지만 받았는데 그마저도 인원이 다 차지 않아 어려웠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보름달처럼 환한 얼굴로 밝게 미소 지으며 손님들을 맞았던 가게 주인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정부가 이달 5일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2단계에서 식당·카페 이용인원은 기존 6㎡당 1명에서 8㎡당 1명으로 제한된다. 이 손바닥만 한 카페에서 받을 수 있는 손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3명 남짓. 작고 다정한 가게의 시름은 오늘도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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