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정치>국방/외교

군납, 저품질의 늪에서 벗어날 근본적 처방절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유튜브를 통해, 육군 여름 운동복이 크게 개선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유튜브 캡쳐

최근 육군에 납품된 운동복의 품질문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운동복은 계약조건에 충족하는 물성치(성능)를 가지고 있다는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실제 납품은 저품질의 원단을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군납산업(군납)의 저품질, 가짜 복제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군납 품질향상과 신뢰도 구축을 위해 관계법령과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군납산업은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지대

 

군납관련 업체관계자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납 시장은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지대라, 편법이 난무하는 늪지대와 같다"면서 "언론보도나 국정감사를 통해 저품질 군납 제품이 수면에 올라도 군 당국은 "법령과 절차를 준수했다"는 답변만 내놓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본지는 미국의 SOG사의 칼을 불법적으로 카피한 '특수작전용 칼'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군 당국은 '절차와 법령준수'라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이를 감사한 국방부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해 납품이 최종적으로 완료된 특수작전용 칼은 당초 SOG사의 상표까지 그대로 베낀 중국제 복제품이었다. 본지의 보도가 진행되자 상표만 바꿔서 납품이 진행됐다. 해당 제품을 납품한 업체는 경남 양산의 에스테틱(미용 마사지) 업체였다.

 

같은해 특전사에 납품된 3형 방탄복은 방탄복을 여미는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등 성능과 안전에 문제가 지적됐다. 이 제품은 국내 통신관련 업체가 납품한 미국 크라이 프리시전(CRYE PRECISION)의 복제품이었다.

 

최근에는 총기의 성능을 향상시켜 주는 광학장비 등을 부착할 수 있게 해주는 피카티니 레일 납품에는 업소용 냉장장치 제조업체가 낙찰을 받았다. 비전문적인 업체가 이렇게 군납시장을 진창으로 만들어도 현행 법으로는 이를 제지할 수 없다.

 

◆군인과 시장경제 흐리는 법령과 정부정책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방위산업(방산)에 비해 군납 시장은 '중소기업 우선 정책'으로 진출장벽이 낮다. 현행 조달법상 '군수품 무역업'을 등록만 하면, 문구점이나 유치원도 관련 사업에 뛰어 들 수 있다. 더욱이 현실성 없는 기초예가로 인해 형성되는 '최저입찰'은 제품의 성능보다 자격조건의 충족이라는 악성 종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육군은 지뢰지대 개척 장비를 무기체계가 아닌 비무기체계 사업으로 추진했다. 비무기체계 대부분은 방위사업청이 아니라 조달청이 담당하는 군납입찰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조달청은 가격과 성능을 나눠 평가하지 않았고, 최저가 제품을 계약조건이 충족됐다는 이유로 낙찰시켰다.

 

기초예가 범위를 충족하고, 더 뛰어난 성능의 장비가 있었음에도 현행, 조달시스템과 조달관련 법령으로는 제대로 된 장비를 군에 납품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군납사업에 밝은 군출신 브로커들이 중소기업에 낙찰을 받게끔 음지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제품연구에 매진하는 우량기업보다 절차와 법령을 연구하는 업체가 낙찰받는 문제를 낳고 있다.

 

더욱이 육군의 경우 군출신 브로커들의 개입이 심하다는게 관련업계의 정설이다. 육군은 해·공군과 달리 군납사업에 정통한 전문가를 육성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 장교들의 경우 '지휘관' 또는 '필수보직'을 이수해야 하는 부담이 타군에 비해 높아, 장기간 사업실무를 익히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은 군납시장은? 장병의 선택권 보장

 

미국 등 군사선진국은 '밀스펙' 또는 '나토규격'이라는 표준 성능을 요구한다. 반면, 한국은 납품된 제품의 세부형상까지 정해 놓은 '국방규격'을 적용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국방규격에 함몰돼 있다 보니, 군납으로 활용 될 수 있는 다양한 민간상용품들의 진입이 어렵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군납 시장의 점유율이 높았던 한국기업들이지만, 시대착오적 규정과 규제에 발목잡혀 이제는 관련 시정을 대만과 중국, 베트남, 파키스탄에 뺏겨버렸다.

 

미국, 영국, 가까이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 밀스펙이나 나토규격을 충족한 사제장비를 허용하고 있다. 특정업체의 제품만 장병용품으로 군마트 판매가 허용되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은 일정 조건을 갖춘 제품들이라면 자유롭게 군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즉 장병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기업들의 무한 경쟁을 통한 품질개선을 이뤄온 셈이다. 여기에 군복 및 군장구류에 대한 제조 및 판매규제를 완화해 관련 시장을 키워 줌으로써 관련업체들이 자유로운 제품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대만의 경우 군납과 밀접한 에어소프트건 레져산업에서 한해 매출이 수 조원에 달하는 기업을 육성하기도 했다. 군납품의 품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 군이 아닌 업체가 사업전반을 주도한다. 품질관리와 성능증명을 위한 자체연구소 또한 한국의 공인인증기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군납시장 형성을 위한 장병의 선택권과 민간기업의 자율성이 품질과 성능의 혁신을 이끄는 셈이다. 자율성 만큼 강력한 처벌도 뒤따른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군납품의 품질이상이 발견되면 사실상 관련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할 정도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한다.

 

장병들의 복무여건 개선에 앞장서 온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중장 전역)은 "군납과 관련 된 비리는 아이들 먹거리를 불량식품으로 판매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