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제약/의료/건강

[이세경의 속깊은 人터뷰]"렉키로나, 마지막 지푸라기 역할이라도 만족한다"

렉키로나 임상 총괄, 셀트리온 김성현 임상기획담당장

 

 

내심,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자로서 느낀 고생과 보람 같은 것들 말이다.

 

셀트리온이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발하는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보물질 선별부터 조건부 허가 신청까지의 전 과정이 고작 9개월 안에 이루어졌다. 전임상과 임상1·2상을 욱여넣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다.

 

현장에서 전쟁같은 한해를 보냈을 실무 책임자는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있어야 감정도 생기고 할텐데, 사명감, 보람 같은 걸 생각하고 느낄 틈이 없었어요. 실무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치료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임상 3상은 아직 진행 중이고, 이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까요."

 

렉키로나의 임상을 설계하고 총괄해 온 셀트리온 김성현 임상기획담당장(부장)의 말이다. 그는 여전히 바이러스와의 전쟁터 한복판에 서있다. 가장 규모가 큰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고, 그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치열한 현실 속에 감동과 보람은 사치에 불과했다.

 

- 렉키로나주 공급이 한달쯤 지났다. 의료현장 반응은 어떤가.

 

▲의료진들이 렉키로나의 효과가 눈에 보이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렉키로나는 코로나19 증상 개선 시간을 3.43일 줄인다. 증상 해소도 중요하지만 2차 전염을 막기위해 약을 맞아야 하는 의미도 크다고 생각한다.

 

- 9개월은 신약 개발에 가능한 시간이었나.

 

▲최적의 항체를 선별하는 작업을 할 때 매일 3교대로 일했고, 밤을 새는 일도 잦았다. 루마니아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때는, 임상 결과를 정리하고 제출하기 위해 담당 의사와 스태프들이 한동안 집에도 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병원으로 데려와서 일하는 스태프들도 있었다.

 

-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개발자로서 어떤 목표가 있었나.

 

▲솔직히 생각할 틈이 없었다. 처음 만나는 병이었고, 한국과 미국, 유럽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개발 과정은 같은데 모든 과정을 1년 안으로 줄여야 했고, 실패를 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굉장했다. 목표는 경영진의 몫이다. 실무자는 일단 정해진 시간안에 치료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한국 시장, 한국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렉키로나를 만드는데 투입된 연구진은 몇명인가.

 

▲렉키로나는 몇명짜리 프로젝트라는 얘기를 할 수가 없는 유일한 약이다. 지난 1년간 셀트리온 본사 2000여명과 해외 계열사까지 그룹 전체에서 렉키로나는 최우선 과제였다. 셀트리온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고 보면 된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렉키로나는 최우선 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 개발 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렉키로나가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을 때였다. 20대 초반 확진자 두명이 있었는데 모두 암 환자였다. 혈장치료제, 렘데세비르를 투여했지만 100일 넘게 바이러스가 줄어들지 않았다. 중증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를 치료하지 못하면 항암 치료를 진행할 수 없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치료목적 사용 승인으로 렉키로나주를 투여한 이후 바이러스가 줄어들며 항암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렉키로나가 코로나19를 100% 치료하는 약이 아니더라도, 환자들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중에 나온 렉키로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약효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렉키로나 출시 후 기자간담회에서 "렉키로나가 이런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해외 병원까지 가서 가족들과 눈물 송별식을 했던 직원들이 보람을 못느낄 것을 생각하면 참담한 심정"이라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항체치료제가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도리어 "렉키로나가 확진자들에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수만 있어도 만족한다"고 했다.

 

- 게임체인저 논란이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누구도 게임체인저를 언급한 적이 없다. 항체 치료제는 투여량이 어마어마 하고, 단가도 높기 때문에 상업성이 크게 떨어진다. 항체 치료제가 게임체인저로 불릴 정도로 임팩트를 가진 유일한 옵션이 된다면 세상이 정말 안좋은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공학 기업들은 신약 개발 전에 가장 먼저 약물의 포지셔닝을 한다. '이 약이 세상을 구할거야'라는 이상이 아니라, 약의 역할을 명확히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렉키로나는 백신과 경구 치료제가 분명 나올 것이라는 가정하에 개발을 시작했다. 코로나19를 벗어나려면 예방할 수 있는 백신과, 간편하게 처방받아 먹을 수 있는 경구치료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렉키로나는 국내에 백신과 경구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시간을 벌고, 병원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투약 후에도 바이러스 음성전환(음전)이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코로나19 증상 해소가 환자들에 이익이라면, 음전은 사실 방역에 의미 있는 지표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팬데믹 치료제 평가 지표에 바이러스 음전을 포함하지 않는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증상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전이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민감도가 높아 죽은 바이러스까지 잡아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측정하려면, 배양을 통해 확인해야 했는데 PCR과 반대로 배양 방식은 민감도가 너무 낮다. 이 때문에 PCR에선 양성이 나오는데, 배양을 하면 살아있는 바이러스는 없는 일이 빈번해 애를 먹었다. 결국 PCR 농도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평균 PCR 농도를 5.5~6로 보면, 3~4면 사람들은 거의 회복됐고, 7~8이면 아직 아픈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식약처와의 논의를 통해 PCR이 3이 되는 경우를 음전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렉키로나는 국내 첫 치료제였고, 정해진 평가지표가 사실상 없었다. 단순히 음전이 안됐다고 해서 임상이 실패했거나 약효가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단 얘기다.

 

- 릴리나 리제네론 등 다른 항체치료제와 비교해 렉키로나가 우수한 점은 뭔가.

 

▲셀트리온이 가진 항체는 전 세계 톱티어 수준이다. 빌게이츠재단에서 항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했는데 그 중 셀트리온이 가진 항체가 5위를 기록했다. 물론 그 순위 안에 경쟁사들 모두 포함돼있으며 실제 항체가 가진 중화력과 결합력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다른 치료제들과 약효의 장단점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렉키로나는 유일하게 물질 스크리닝부터 임상, 생산, 판매까지 셀트리온그룹이 자체 진행한다는 데 있다. 위탁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고, 공급 결정도 빠르고 유연해서 수요 대응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면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 유럽과 미국 승인이 기대된다. 해외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의 국가들이 렉키로나 임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 국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약효가 얼마나 좋은가보다 얼만큼의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는가다. 현재로서는 그들의 수요에 대응해 생산을 해낼 수 있을지, 그걸 얼마에 공급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아직도 갈길은 멀다. 식약처는 렉키로나 임상 3상에서 충분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중증 환자·사망자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지를 증명하도록 권고했다. 렉키로나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함을 드러내,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제 개발 역시 큰 과제로 떠올랐다.

 

- 임상 3상은 순항중인가.

 

▲글로벌 임상3상의 1차 목표는 1200명으로 잡았고, 이미 500명이 넘는 환자에 투여됐다. 기존 임상 목표처럼 경증, 중등증 확진자의 효능을 확인할 것이고, 규모를 늘려 통계적으로 미흡한 부분들을 보충할 계획이다. 사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허가를 받을 때 중증 환자 발생률은 지표가 되지 않았다. 대신, 증상 해소와 회복 기간 단축만 확인하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중증환자 병상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임상 3상에서는 경증환자가 입원환자, 중증환자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주요 지표로 잡을 수밖에 없다.

 

- 변이 바이러스에 맞춤 치료제 개발은 얼마나 진행됐나.

 

▲남아공 단독 임상을 계획 중이며, 칵테일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렉키로나에 다른 후보 항체를 섞어, 변이 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항체를 칵테일 형태로 빠르게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현재 임상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 달 안에 전임상이 시작된다. 셀트리온은 현재 총 38개의 중화항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항체를 섞는 방식으로 빠른 시간 안에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 모든 변이에 통용되는 근본적인 치료제도 만들 수 있나.

 

▲독감 바이러스는 이미 여러개 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다보면 표면 단백질 중 변이가 안된 부분에 공통적으로 붙는 항체를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제 변이가 시작됐기 때문에 모든 변이에 적용되는 항체를 찾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보유한 기술이고, 코로나19 변이에 통합 적용되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에게 렉키로나는 분명, '마지막 지푸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 수개월간 렉키로나가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언제든지 맞을 수 있는 국산 치료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걱정을 덜어냈다. 지면을 빌어, 모든 연구진의 수고에 감사를 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그들의 치열한 싸움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