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지음/민음사
내 생활 신조는 '착하게 살자'다. '남의 눈에서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서 피눈물 난다'는 말이 피부로 절절하게 와닿는 일들을 수차례 경험·목격한 뒤로 나는 남은 인생을 착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어떤 이들은 '아닌데? 내 주변에 나쁜 X들은 다 잘 먹고 잘 살던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근 학창시절에 저지른 학교폭력이 부메랑이 돼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던 사건이나 자기가 지은 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지 않나.
아무튼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앞으로 착하게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 혼자 운전을 잘한다고 해서 교통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듯, 내가 오늘부터 고운 마음씨를 가지겠다 마음먹는다 해서 누구나 마더 테레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빌런(악당)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 녀석들은 저 혼자만 지옥에 가는 게 억울한지 착한 사람에게 꼭 먼저 시비를 걸어 싸움을 일으키고 싶어한다. 나는 악당에게 자주 져서 늘 같이 싸우곤 했는데 내게 남은 건 승리의 기쁨이 아닌 왠지 모를 찝찝함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남에게 준 상처의 두배, 네배로 신이 내게 내릴 천벌(이래 봬도 유신론자)이 두려웠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내게 빌런을 상대할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소설엔 현실 세계에서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꼰대 '시니어 팀 감독 할아버지'가 나온다. 그는 축구 초보인 주인공이 운동장에서 뛸라치면 "앞을 봐!", "고갤 들어!", "땅에서 눈 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성질을 낸다. 물론 둘은 일면식 없는 생면부지의 사이이지만 이 노인네에게 그런 건 고려사항이 아니다. "시니어 팀 감독 할아버지가 시도때도없이 내리는 불벼락에 내 영혼의 끄트머리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어찌나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하는지. 무료한 오전 무심하게 신문을 들여다보는 체하지만 사실은 치열하게 '틀린 그림 찾기'를 하고 있는 부동산 아저씨 같았다." 주인공은 결국 이 할아버지와 절친한 친구가 된다. 비결이 뭐였을까.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빌런들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 법. 280쪽. 1만4800원.
추신 : 저자명(김혼비)은 사자성어 '혼비백산'에서 따온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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