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적 행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북한이 연이어 발사한 '미상 발사체(정부 표현)'에 대한 정보를 군 당국이 아닌 해외 외신을 통해 접하고 있어 현정부의 대북, 외교·안보 정책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北 미상 발사체, 일본 외신을 통해 전파
일본 외신들은 우리 합동참모본부보다 앞서 북한이 25일 함경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관련 보도를 내놓았다. 하루 전인 24일에도 북한이 21일 순항 미사일을 서해상으로 발사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국내에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일본 NHK는 이날 "해상보안청은 25일 오전 7시 9분께 항행선박주의를 내렸고,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합참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상 발사체의 비행정보를 공개하기도 전에 일본 교도 통신등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2발 발사됐다는 내용을 전했다. 일본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미상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비행고도까지 세부적으로 밝혔고, 이들 발사체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합참은 오전 11시 18분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미상 발사체가 함경도 함주에서 오전 7시 6분과 25분에 동해상으로 발사됐고, 비행거리는 약 450㎞, 고도는 약 60㎞로 탐지했다고 알렸다.
군 당국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관련 내용을 밝히는데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징후를 포착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합참이 미상 발사체의 비행제원을 밝히기 앞서 실시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응당 참석해야 할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육군 대령)이 자리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상황조치를 하고 있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못들어 왔다고 밝혔지만, 기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일부 기자들은 일본 등 외신보도에 공개된 비행제원 등을 들어 구체적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했으나 군 당국은 즉답을 피했다. 합참 공보실장이 참석한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은 오전 9시에 열린 청와대 NSC에서 청와대 측이 발사체가 아닌 미사일로 언급했다는 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기자회담을 통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언급한 점 등을 지적했으나 군 당국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재확인 했을 뿐, 이렇다 할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서 체결 이전에 군 당국이 북한의 무력행동을 재빨리 발표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北의 '3월 경고' 시작되나... 南은 애써 외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했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18일 '적대정책 철회'등 강도 높은 대남위협을 하면서 북한은 3월의 봄날이 끝났다고 경고해 왔다.
반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와 여권인사들은 한미훈련 중단을 촉구해 북한과의 정면대립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순항미사일 등의 발사 때마다 북한을 의식한듯 '발사체'라는 표현을 줄곧 사용해 왔다. 발사된 물체가 정확히 판명되기 전까지는 발사체란 표현이 적절한 것이지만, 비행거리와 비행고도가 파악되면 저고도를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인지, 아니면 탄도미사일인지의 파악이 가능함에도 발사체란 표현을 고수해 왔다는 점도 오랫 동안 지적돼 온 문제다.
합참이 밝힌 비행제원으로 볼 때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지상발사된 SLBM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이번에 발사된 미상 발사체가 유엔 안보리에 위배되는 탄도미사일이라면, 북한은 지난해 3월 29일 강원도 원산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한 때로부터 약 1년만에 위협수위를 높인 셈이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4월까지 이어지는 북한의 통상적인 동계훈련이라고 보기보다는 고도로 계산된 무력시위로 보여진다. 북한은 순항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도 밝히지 않은 정부에 대한 국내 언론의 비난에 맞춰 성동격서식의 군사행동을 했기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와 집권여당이 지지율 하락과 4·7보궐선거를 앞두고 고전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진 군사행동이다.
한국뿐 아니라중국을 등에 업고 미국에 대한 도발을 병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미국 국방부는 24일(현지시간) 북한의 이번 미상발사체 발사에 앞서 북한에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브리핑에서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과 안보를 보고 싶고 비핵화는 그에 있어 핵심적 요소"라며"분명히 우리는 북한에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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