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반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단기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이용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7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중 크리스탈지노믹스, 유유제약, 제일바이오, 제놀루션 등 9곳이 이달 들어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허위공시 등 악재가 겹치며 투심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논란, 씨젠의 회계 위반으로 인한 징계, 바이넥스와 비보존의 불법 제조 의약품 사태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른바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무상증자로 주주 이익 극대화
지난 22일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인 제놀루션이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당하는 100%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무상증자로 478만3590주를 발행하며, 증자 후 발행 주식수는 총 956만7180주가 된다.
김기옥 제놀루션 대표이사는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함께 향후에도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무상증자를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며 주주친화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무상증자는 주식 대금을 받지 않고 기존의 주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주식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통상 무상증자는 기업 내부의 잉여금으로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또 엔젠바이오, 동아쏘시오홀딩스, 씨젠 등은 자사주 매입에도 나섰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자기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주식 유통 물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주가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분자진단 전문기업인 씨젠은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발행 예정 주식수를 5000만주에서 3억주로 늘리기로 했다. 분기 배당 제도도 도입한다.
씨젠 관계자는 "발행 예정 주식 총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간 시장 및 일부 주주들이 요구한 유·무상증자에 대해 향후 고려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며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가치 자체에는 변화 없어…"
무상증자 발표 직후 대부분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무상증자를 발표한 제약·바이오 기업 17곳 중 2곳(크리스탈지노믹스, 제이브이엠)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단, 적자기업의 무상증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상증자에 나선 제약·바이오 기업 중 제넨바이오(-214억원), 아이큐어(-122억원), 에이치엘비(-866억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473억원),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86억원) 등이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잉여금에 있던 돈으로 새로 주식을 발행하게 된다. 그러나 적자기업일 경우 벌어들인 이익이 아니라 기존 주식을 발행하면서 생겼던 주식발행초과금을 자본금 계정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무상증자를 한다. 즉,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않음에도 주가 부양만을 위해 무상증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무상증자는 주식 수만 나눈 것이지 기업 자산 크기나 기업 가치 자체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잦은 무상증자로 단기적인 주가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다면 기업가치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이럴수록 기업 스스로 각성하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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