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화이트 컬러' 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위해 모여들고 있다. 현장직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기존 노조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 그동안 소외됐던 임금 협상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직과 연구직들이 SNS를 통해 새로운 노조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모인 직원 숫자는 2000여명, 그 밖에도 사무직 노조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미 강성노조로 잘 알려져있는 상황, 사무직이 따로 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는 기존 노조가 사무직과 연구직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조가 생산직 입장만을 반영한 내용으로 사측과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커뮤니티 등에서 불만이 커졌고, 결국 노조 설립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이달 초 사무직 노조를 설립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노조가 그동안 사측과의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이어왔던 데다가, 올해 사업부별로 성과급 차이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응을하지 않으면서 결국 행동에 돌입한 것.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2018년 조직돼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기존에 현장 근무자인 전임직 노조가 대졸 이상 기술 사무직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처음 설립됐고, 최근 대기업 성과급 논란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기도 하다. 올 들어 노조원 수가 적지 않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노조는 상급 단체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 사무직들은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에, LG전자와 SK하이닉스 사무직들은 한국노총에 적지 않은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상급 단체 없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에서 활동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따랐다는 분석이다. .
사측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매년 임단협을 수차례 진행해야한다는 부담은 물론이고, 여러 집단의 이익을 모두 충족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자칫 양측 입장 차로 불안과 불신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조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이 직원들에 이메일을 보내 성과급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 직원들 입장을 적극 반영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공개하겠다는 내용이다.
LG전자가 올해 임금을 9%나 인상한 것도 사무직 노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기술사무직 노조와 협상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도 성과급과 관련해 기술사무직과 소통을 이어왔다.
문제는 노조원 숫자다. 아직 조직되지 않은 현대차는 물론, LG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입자수가 사무직 직원들의 과반에 한참 못미쳐 단체교섭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가입자가 크게 늘긴 했지만 과반에는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가입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사무직 직원 특성상 단체 행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맞서기보다는 떠나는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
노조 가입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최근 한 회사에서는 인사팀이 5년차 미만 직원 중 스마트폰으로 경쟁사를 검색한 사례를 추려 면담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무직이 현장직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있어 노조와 거리를 뒀지만, 최근에는 '임포자' 등 인식이 확대되면서 사측에 대응해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분위기가 많아졌다"며 "오히려 사측과 직원간 소통이 활발할 수록 불만도 크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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