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호황기에 결정된다. 호재를 타고 추격에 속도를 내는 경쟁사를 따돌려야하고, 내년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 미래 계획까지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한발만 늦어도 도태되고, 무리하게 빨리 가면 말라죽을 수도 있다.
요즘 반도체 업계가 그렇다. 호사가들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노래하며 축제에 젖어있는 것과는 달리, 업계 종사자들은 더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업무에 몰두해야한다.
특히 요즘 분위기는 더 심각하다. 정계가 기업 규제 강화와 총수 구속에 온 힘을 쏟는 사이,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며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국제 사회가 보는 국내 반도체 기대감도 크게 줄었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문가다. 지난 몇년간 반도체 불황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성과를 내고 있고, 올해와 내년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예고했다.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새로 개척하며 반도체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이 보는 국내 반도체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초미세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고,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힘을 합쳐 한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할 수 있는 탈출구는 대규모 인수합병 뿐이다. 해외에 있는 우량한, 기술력이 높은 회사를 우리편으로 끌어들여 경쟁력을 다시 높이는 방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M&A를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돼 충수염으로 입원 중인 상태고, 최태원 회장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여러 사안을 해결하느라 지배구조 개편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너가 기업 경영을 총괄하고 대규모 투자 결정까지 내리는 방법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의 이해 관계에 따라 기업을 사유화할 수 있고, 사익을 편취할 우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지고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 수 있을까. 전문경영인은 자칫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고, 임기만 넘기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사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 외부 기관에 의뢰를 맡겨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자칫 정보가 새어 나가면 더 큰 비리로 이어질테다.
결국 회사와 나를 일체화할 수 있는 주주들이 결정하는게 가장 합리적이다. 빠른 결정이 필요하면 최대주주, 총수가 나서는 게 최대 이익을 위한 방법이다.
죄를 사하라는 말은 아니다. 굳이 현실적으로 기업을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밀어내는 게 옳은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촌각을 다투는 요즘에는 특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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