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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창비

 

"내가 원래 결정장애가 심해서…", "요즘 얼굴이 너무 타서 동남아 사람 같아", "여자들이 원래 수학에 좀 약하지 않나?", "여기는 노키즈존입니다",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우라고 해야지", "퀴어축제를 꼭 사람많은 장소에서 해야해?"

 

혐오와 차별은 잡초처럼 자라난다.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온 사회에 무성하게 자란다. 우리가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바보' 캐릭터가 장애인 비하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냐"며 성낸다. 또 누구는 학급을 우열반으로 나누는 게 학생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다수에게 유리한 차별은 합리적인 차등이라는 논리를 편다. 우열반 편성처럼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한다는 능력주의 원칙은 얼핏 객관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획일적인 평가기준으로 승자가 모든 기회를 독식하고 패자는 박탈감과 배제를 감수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차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구제 불능의 혐오주의자이거나 차별주의자일까? 아니다. 바로 나, 당신, 우리일 수 있다. 책은 평범한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차별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노예제 시대에는 노예를 자연스럽게 여겼고,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해 보였다. 생각은 시야에 갇힌다. 의심이 필요한 이유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저자는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이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등은 선량한 마음을 갖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폐되거나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찾아내 함께 싸우자고 저자는 독자를 다독인다. 공정함으로 포장된 차별의 민낯을 까발리는 책. 24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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