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후발주자인 A사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에서 기존의 국내최대 총기생산 업체인 B사를 꺽고 우선협상 업체로 선정돼, 군안팎의 큰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도입돼 큰 개량없이 사용돼 온 K-1기관단총(권총탄이 아닌 5.56mm 소총탄 사용)을 얼마나 현대전에 맞은 설계를 할 것인가를 두고 양사 모두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이하 안보지사)에의해 해당 사업과 관련해 군사기밀이 업체에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사업진행 초기 단계인 작전요구성능(ROC) 작성에서 군 내부 인사와 업체의 유착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방사관계자 들은 '암암리에 업계로 진출한 예비역들이 현역들을 구워 삼는 무대 뒤의 놀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셈'이란 반응을 보였다.
◆A사 임원, 육본 특전사 총기 담당 중령...유착 가능성 커
A사가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한달 만인 지난해 7월 안보지사는 A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안보지사가 작전요구성능(ROC) 등 군사기밀이 A사측에 저장돼 있는 것을 포착한 사실은 지난달 30일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바 있다.
ROC는 2급비밀로 분류될 정도로, 보안유지의 주의도가 높다. 그런데 육군 전력단에서 특전사 총기관련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중령 출신의 A사의 임원 등이 연루가 된 것은 군 내부의 일부와 예비역 간의 유착 가능성을 시사한다. 안보지사는 압수수색에 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육군의 경우 사업 실무자의 전문성 보장여건이 타군보다 열악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전역 후, 업계에 진출한 전임자들의 조언 또는 제안이 ROC 혹은 구매요구서(비무기체계)에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도 높다.
육군의 한 퇴역 장군은 "육군의 경우 지휘관 및 참모 등 필수보직이 해·공군에 비해 많다보니, 사업실무자로 전문성을 익힐 시간이 길지 않다"면서 "전임자들이나 업계의 입김이 은연 중에 작용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산업 관계자는 "육군의 경우 ROC 또는 구매요구서, 계약의 일반조건과 특수조건의 성립단계에서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목격된다"며 "방위사업법과 국가계약법상으론 입찰비리가 발생하기는 힘들지만, 입찰의 초기단계를 정하는 군 실무자의 비전문성으로 사업이 타당하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본지가 수년 간 지적해온 육군 군사경찰 특임대 가짜 총기 레일, 통신업체가 구매조달한 뜯어지는 3형방탄복, 디자인업체의 비새는 방탄헬멧, 미국 메이커의 박스까지 그대로 베낀 가짜 특수작전용 칼 등이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최근 육군에 추가 납품된 K-1기관단총의 총기레일 납품에도 육군의 ROC가 일부 낮춰졌고, 이 과정에서 '납품브로커'로 알려진 전역 군인 다수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은밀히 이뤄지는 전역 군인들의 사업개입을 찾아내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의지와 전문성 또한 높아 보이지는 않다.
◆깜깜한 방위사업청, 모르면 그만일까
서용원 방사청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안보지사의 수사를 알고서도 A사를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느냐는 질문에 "선정하기 전에 적격심사라는 절차를 하는데, 보안 등 문제가 있는지 관련 기관에 문의해서 체크를 하지만 그런 (문제가 있다는)는 내용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은 체계개발 방식의 1형과 구매방식의 2형으로 구분되는데, A사는 1형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고 현재응 개발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A사가 후발 총기생산 업체로 B사보다 파격적인 연구 등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양산능력과 풀질관리에서는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은 군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해양경찰특공대에 소량 납품된 권총탄(9mm)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의 약실에 이중으로 급탄돼 폭발해, 해양경찰청 특공 대원이 파편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A사와 해양경찰특공대와의 이견충돌이 발생했지만, 방사청은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A사는 사용자의 조작미숙을, 해양경찰특공대측은 업체에 개선점 전달후 다시받은 총기의 재조립 과정의 문제를 각각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개최된 지상군 방위산업전시회인 'DX KOREA'에서 해당 총기가 전시되지 않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비슷한 시기 육군의 총기관련 실무자가 안보지사의 조사를 받은 것이 업계에 알려졌는데 방사청이 이러한 문제를 모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차기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은 해외도입에 힘이 실렸다. 특전사 대원들은 총기의 뛰어난 신뢰성과 다양한 부가장비의 부착이 용이한 확장성 등을 이유로 외국에서 검증된 총기를 보급받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 당국은 '국산화 우선정책'과 '유사시 총기수리 및 후속지원의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군의 M16으로 유명해진 AR계열을 바탕으로 한 국내개발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특전사 대원들은 "적지에 침투해 적지종심부대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적지에서 총기수리를 하고 후속지원을 받겠느냐"면서 "당초 신뢰성이 높은 총기와 탄약을 보급받는게 임무수행 측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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