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은 서울이 아니다.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현실이다. 2018년 기준 강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69조1860억원으로 제일 규모가 적은 강북구 3조2070억원의 21.6배다. 서울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강남에 몰려있으니 시민의 삶을 위한 인프라와 일자리도 강남에 몰려있다. 서울이 아니라 서울 무슨 구에 사느냐가 계급의 척도가 돼버린 요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거대양당 후보들의 강·남북 균형발전 공약을 비교해봤다.
◆ 朴 "21분 컴팩트 도시"
도시지리학 전공자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강남 집중으로 인한 강·남북 격차를 '분산'을 통해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강북을 강남과 똑같이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정책과는 선이 다르다.
박 후보는 서울을 다핵 분산 도시 공간으로 재편해 21분 안에 걸어서 주거와 직장, 쇼핑과 여가, 건강과 의료, 교육과 보육이 해결되는 도시로 대전환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동작구 유세에서 박 후보는 "서울에 21분 안에 병원이 있고 체육관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굳이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강남에 가서 부동산을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최근 저서 '박영선의 대전환'에서 박 후보와 21분 컴팩트 도시 관련 토론을 가진 국민대 건축학부 이경훈 교수는 "걷는 거리는 도시의 혈액과 같다"며 "자동차가 아닌 도보 시간을 기준으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는 건강뿐만 아니라 도시의 활력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박 후보는 저서에서 이러한 계획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도시를 살리는 '도시 침술'에 비유했지만 시민들에게 내건 공약만 보면 침술의 수준을 한참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 후보는 교통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왕십리에서 상계까지 연결되는 동북선 경전철을 구축하고 목동에서 출발해 홍제와 정릉을 지나 청량리에 도착하는 강북횡단선을 조기 착공한다고 공약했다. 이외에도 ▲면목선(청량리-면목-신내) 조기 착공 ▲SRT 수도권 동북부 연장 추진 ▲우이-방학 경전철 조기착공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북의 노후한 공공단지 주택에 대해 "강북에 있는 30년 이상 된 공공주택단지부터 재개발·재건축할 것"이라며 "도시를 개발하는 데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 개발 형태도 반드시 공공주도 형태를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후보는 강북구의 주택 고도제한을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노원구의 주공아파트·백사마을·상계뉴타운 해제 3구역에 대한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다.
강북 3구 문화·여가·의료 시설 구축 공약도 있다. 박 후보는 ▲강북구 시립어린이병원 건립 추진 ▲도봉구 서울아레나 공연장 건립 지원 ▲ 창동 차량기지 일대 노원 바이오·의료단지 조성 등을 공약한 상황이다.
문제는 박 후보의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은 직장과 주거가 핵마다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강남3구·여의도·마곡·구로디지털단지 등을 제외하면 21분 컴팩트 도시의 조건에 들어맞는 혹은 들어맞을 가능성이 있는 구역이 적어 보인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몰린 일자리를 부족한 지역에 어떻게 갖고 올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 吳 "강북뿐 아니라 낙후된 서울 전역 개발"
'균형발전 서울'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순위로 내세운 공약이다. 오 후보는 비강남권 지상철을 지하화하고 용산을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아울러 동북·서남·서북권에는 일자리·상업·교통·교육 핵심 시설을 유치해 강남북 지역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의 선거 유세에서 오 후보는 "지난 10년간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의 개발을 막아 도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상대 진영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5일 중랑구 동원시장과 상봉터미널에서 열린 유세에서 오 후보는 "지난번에 선거할 때 제가 출정식을 중랑구에서 했다. 저한테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면서 "중랑구에는 정말 할 일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가끔 이 길을 와보는데 올 때마다 그렇게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서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또 오 후보는 지난달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지난 10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 평균 경제성장률이 2.3%인데 이는 비슷한 기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인 2.8%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세력이 위기의 서울, 활력 잃은 서울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4일 오 후보가 내놓은 '강남북 균형발전 프로젝트 1~3탄'에 따르면 그는 한강의 이북지역인 강북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의 낙후된 동네를 타깃으로 한 개발안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비강남권 지상철을 땅 밑으로 집어넣어 지역 거점을 형성할 가용지를 확보해 지역간 단절을 해소, 실질적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지상철 구간을 지하화하면 광역철도망(GTX, KTX)과 연결성이 강화되고 부족한 공원녹지·문화공간을 확충할 수 있으며 인근 부지 전략 개발로 지역 핵심기능 유치가 가능하다고 후보 측은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진행된 서울시 용역 결과에 의하면 지하철 1~9호선과 국철 지상구간을 지하화하는데 투입되는 예산은 총 38조원으로 추산됐다. 오 후보는 재원조달 방안으로 철도주변 대규모 토지·주변 정비지역 개발밀도 상향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 역세권 등 공공토지 고밀 개발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과거 IT산업 메카였지만 시장환경 변화로 쇠퇴한 용산전자상가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재탄생한다. 이를 위해 오 후보는 용산전자상가 일대 Y밸리와 연계된 청년벤처 창업공간 조성, ICT기술의 테스트베드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국제금융·업무·숙박·주거 기능 조합, 유니콘 기업 지사·본사 유치를 약속했다.
권역별 발전정책으로 ▲동남권에는 강남 금융~양재 R&D~서초 법률 서비스 중심의 경제 거점 구축 ▲동북권에는 서울교통공사 같은 기업 본사 유치 ▲서남권에는 강서(마곡)~여의도~금천을 잇는 '경제거점벨트 2.0' 완성 ▲서북권에는 수색, 상암 일대 4차산업형 핵심 일자리 거점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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