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계약자산 136.5조까지 급증, 역대 최고
10년 전 인기를 끌었던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2010년대 서울 강남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랩어카운트에 다시금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특히 테마형·상장지수펀드(ETF)형 랩의 돌풍이 거센 분위기다. 사모펀드 대란 이후 대안으로 부각되며 증권사 자산관리(WM) 사업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랩어카운트(이하 랩)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임을 받아 주식·채권·펀드 등을 운용해주는 상품을 뜻한다. 자산을 한 데 묶어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분산투자와 관리를 해주는 맞춤형 운용방식이란 점에서 펀드와 차이가 있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중간에서 맞춤형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한 셈이다.
◆증시 변동성에 랩 인기 급증
7일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지난 1월 말 랩 계약자산은 전달보다 3조9514억원 늘어난 136조4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기록이다. 고객 수가 급증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때 랩 고객 수는 179만3666명으로 전달보다 3만3865명 증가했다. 전달 증가분(4743명)의 7배 수준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3만3865명의 고객이 늘었는데 이 고객들이 1개 이상의 랩 상품에 평균 1억1000만원 수준의 자금을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집계는 안 됐지만 현재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 이슈로 증시 변동성이 심해져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 운용역이 투자시기와 비율을 결정해 어려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투자 방법으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랩에 투자자와 자금 유입이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랩 상품이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은 이유로 커진 변동성을 첫손에 꼽는다.
SK증권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국내외 풍부한 유동성 환경으로 고공행진을 보이지만 미국 등 기축 통화국이나 국내 정책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급등락하는 변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와 금융시장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높아 올해는 자산의 변동성 관리가 더 중요한 해"라며 "변동장세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품…사모펀드 한파 효과까지
랩의 인기 요인으로는 커진 시장 변동성 외에도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그 중 하나다. 과거 랩 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은 높게는 1억원 수준으로 소액투자자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최근엔 10만원대부터 1000만원대까지 최소 기준이 대폭 낮아졌다. 메리츠증권의 펀드마스터 랩 상품의 경우 최소가입금액이 10만원으로 책정된 데다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게 했다.
투자자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랩 상품이 나온 것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테마형 랩의 선전이 특히 눈에 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테마에 폭넓게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모펀드에 책정된 종목당 편입 비중(10%)과 같은 제한이 없어 특정 테마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의 'Global X ETF랩'은 현재 누적 잔고가 1300억원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만 270억원 이상의 잔고가 유입됐다. 이 상품은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되는 테마형 랩으로 클린에너지, 클라우드, 디지털헬스케어, 게임 등 업종에 투자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다양한 테마의 랩어카운트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들어 중국 성장주를 담는 랩, 미국 시장에 상장한 신재생에너지 ETF에 투자하는 랩,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랩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중·소형사도 랩 상품 판매와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금융공학 모델 기반으로 운용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한화투자증권의 '델타랩' 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판매 2000억원을 돌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초 랩 운용 전담을 맡은 팀을 금융상품실 산하에 신설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것도 랩이 대안투자처로 부각된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 이후 일 년에 몇 번 정도만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사모펀드와 달리 랩은 투자자가 계좌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투자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 지 확인할 수 있다"며 "투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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