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시위와 폭력 진압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금융사도 주재원 철수를 고심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까지 '제2의 베트남'으로 불리던 미얀마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돼 신남방 경영전략도 '셧다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미얀마 주재원 일부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29곳으로 은행 외에도 MFI소액대출법인, 카드, 보험사가 진출해 있다.
◆시중은행, 미얀마 주재원 귀국조치
KB국민은행은 KB미얀마은행, 국민MFI 소액대출법인 주재원 8명 중 4명을 일시 귀국시키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미얀마 현지에서 직원 안전 확보를 위해 출근 인력을 최소화하고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직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직원 안전 보호 조치로 외교부와 금융당국의 권고 사항이 있었다"며 "주재원 절반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하고, 현지상황이 안정화될 경우 재출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미얀마 현지법인 주재원 3명 중 1명을 이달 말 귀국시킨 후 나머지 주재원도 단계적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현지직원 및 주재원들의 안전을 위해 양곤지점을 임시 폐쇄하고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라며 "주재원의 단계적 철수를 검토하고, 양곤지점 거래 고객을 위한 업무는 신한은행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미얀마 현지법인 주재원 3명 중 1명이 오는 27일 귀국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외교부 철수 권고 3단계, 금융위원회의 권고 공문 등 당국의 조치를 감안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미얀마 사무소와 MFI소액대출법인에 나가 있는 주재원 4명 중 1명을 오는 20일 귀국조치 한 후 순차적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모두 철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미얀마 MFI소액대출법인에 주재원 2명이 나가 있는 상태지만 아직 귀국계획은 없는 상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현지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남방 경영전략 차질 불가피
이처럼 미얀마의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적 리스크로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금융권 신(新)남방 경영전략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올 초 은행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들은 미얀마의 경우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인도·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은행 이용률이 23%에 불과해 향후 경제성장과 금융시스템 정비가 이뤄지면 전체 금융산업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기업중심의 영업에서 현지기업과 소매금융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복안이었다.
국책은행 중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법인 설립 최종인가를 받아 IBK미얀마은행을 출범했고,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4월 미얀마 정부 경제부처로부터 예비인가를 받고 지점 개설을 통해 한국계 기업의 현지진출과 미얀마 인프라 확충사업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와 현지화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지금융기관의 기본적인 업무는 마비된 상황이다. 현금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달러인출은 거의 중단됐고, 현지화 인출도 계좌당 2000만 MMK(약 1600만 원)으로 제한됐다.
여기에 국민들이 연일 자금을 빼가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환전·송금·인출 같은 기본적인 은행업무를 중단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이 중단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 소극적인 영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최악의 상황까지 대응책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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