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1984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기업분할을 추진하며 '새 판짜기'에 본격 돌입한다. 통신과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이동통신 사업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로 나눠지는 인적분할 형태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오랜 숙제로 꼽혀온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14일 오후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 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와 성장 가속화를 위해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SK브로드밴드 등 유무선 통신회사와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 및 뉴ICT 자산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재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는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 SK텔레콤은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반도체와 뉴ICT 사업을 확장하고, 주주들에게 투자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지난 2018년 박정호 대표가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공식화했다. 박정호 대표는 지난달 서울 을지로 본사 T타워에서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올해 안에 반드시 실행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곧 구체화 되는 대로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설명회는 공식화한 이후 약 2년여 만에 열렸다. 그간 SK텔레콤은 '텔레콤'을 뗀 사명 변경도 고려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준비를 해왔다.
이번 기업분할의 목적은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투자·인수합병(M&A)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있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데,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의 지위는 자회사로 바뀐다. 이에 따라 그간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가로막았던 족쇄도 풀리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신규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을 30%로 높여야 해 SK텔레콤은 현재 20%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지분을 10% 가량 추가 인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약 10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아울러 박정호 대표가 강조한 '탈통신'의 기틀이 마련돼 SK텔레콤이 통신 기업에서 'ICT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다. 존속회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함으로써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는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중책을 맡는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아울러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가치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22조원이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 지향적인 기업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회사명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공시 직후인 오후 3시 40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타운홀 행사를 열고 직접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정호 대표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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