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년가게' 육성사업을 시작한 지 4년째가 됐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상인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하려는 것이 정책 목적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등 유럽도 그렇고, 장수기업이 많은 일본도 장수가게, 장수소공인에게 중앙정부가 특별히 지원하는 것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가게나 소공인들을 대상으로 사찰 등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동선을 중심으로 역사, 문화를 연계한 밀집형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면 예산을 투입하는 정도다.
일본의 장수가게는 돈을 벌어 사세를 늘리는 기업형도 있지만 대개는 1~2명의 직원과 2~3명의 가족이 소박하게 일하면서 대를 이어 200년~300년을 먹고 살아왔다.
이들은 작은 혁신을 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와 신용을 얻으려고 노력하며 전통을 중시하고 선대의 가업을 물려받은 명예와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업에 충실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게와 소공인도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이 되려면 이같은 정신이 필요하다.
맛을 내고 가업을 잇기위해 노력하는 일본의 상인정신, 관습과 전통을 생명으로 여기고 대대로 이어가는 장인정신은 장수하려는 우리나라 가게들에게 큰 울림이 된다.
선대의 가게, 사업을 이어받으려는 정신이 생기고, 자녀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겠다는 열성이 맞물려 계주에서 바통을 이어받듯 결속력과 강한 힘이 승계의 동력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같은 마음이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아냥으로부터 해방되고 정부가 상속세를 낮춰줘도 군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상인, 소공인을 발굴해 백년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정책과 관련해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봐야한다.
먼저, 백년이상 존속·성장하는 장수기업이 많은 일본은 장수기업 육성 정책이 없고 이런 정책을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30년 이상된 가게는 어느 정도 자립기반이 있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SNS를 통해 충분히 알려져있다.
그렇다고 소문난 가게가 갑자기 사세를 키워 기업형 가게를 지향할까. 그렇지 않다.
굳이 정부가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더 잘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시 또는 군 단위에서 머무르며 근무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맛있는 가게, 오래된 가게와 내력, 철학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또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은 성격이 다르다. 백년가게는 소상인으로 상업, 유통으로 성장할 기업이고 백년소공인은 제조업으로 성장할 기업이다. 이를 혁신의지, 차별성과 우수성, 성장역량 등 같은 지표로 평가해 선정하는 것도 맞지 않다. 정량이 아니라 정성평가라도 그렇다.
백년가게, 백년소공인은 성격이 다르므로 평가범주, 평가지표, 배분점수 등을 달리해야 한다.
전통과 역사를 담아내는 가게는 지역에서 사랑받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와 책임을 다한다. 지역사회에 있으면서 사회봉사 등에 투철한 이들을 통해 나눔 실천, 지역주민의 행복 추구를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명예, 명성 등을 통해 일의 보람,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들에게 그 성과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환류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역에서 대표성을 지닌 백년가게, 백년소공인을 통해 지역발전과 콘텐츠개발, 더 나아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교두보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퇴출위기에 몰린 백년가게, 백년소공인에게는 지방자치단체가 역사, 문화를 연계해서 지원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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