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 계획과 함께 1조원 규모의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지원, 10조원대로 추정되는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 방침을 공개했다. 특히 유산 상속 관련 발표에서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은 '인간 존중'을 강조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역대 최고 수준…유족 배분내역 공개안해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인이 내야 할 주식 상속세는 12조원 이상이다.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해당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 유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9조원과 2조∼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2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 11조원, 미술품과 같은 기타 자산 1조원 등 12조원 이상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한 세액의 6분의 1인 2조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간 분할납부제도를 활용해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유산의 총 규모와 유족 배분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상속세가 절반 이상이라고 밝힌 점으로 봐서 유산은 약 22조∼23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61만9900주), 삼성생명(4151만9180주) 삼성물산(542만5733주), 삼성SDS(9701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미술품 등 예술품이 2조~3조, 에버랜드 땅과 자택 부동산 등이 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족들은 상속세 개별 상속내역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면서 개인별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던 것과 일치한다.
개별 주식상속 내역은 곧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사항이라 상속세 납부 마감인 30일 이후에는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이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1%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20.76%)과 삼성전자(4.18%) 지분을 모두 넘겨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고인의 '인간존중' 경영철학 대규모 의료 공헌
이날 유산 상속 관련 발표에서 주목도가 높은 대목은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 내용이다. 우선 유족들은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는 국가 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 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유족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 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어린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인의 유지를 이어간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지정문화재 대규모 기증 최초 사례
유족들은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의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이 회장은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예술애호가이자 사회사업가로 유명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증하게 될 작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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