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커뮤니티 등을 통해 최근 불거진 불량도시락 등 '병(兵)의 대우'가 개판인 이유는, 그들과 밀접한 위치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초중급 군간부들의 대우' 또한 개판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위관장교 시절을 보냈던 약 20년 전과 현재의 모습은 크게 변화된 것 같지 않다. 현역 군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초중급간부의 삶은 양적으로는 나아졌는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크게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물가인상률에 따른 급여인상, 군숙소의 현대화, 군피복의 개선 정도일뿐 근본적인 대우의 개념은 '콘크리트'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휴가복귀자를 격리하면서 급식정량에 충족하지 못한 도시락을 지급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창고와 막사를 위생조치 없이 숙소로 제공한 것 등은 분명 초중급 군간부들이 관련 규정에 능하고, 성실하게 병을 대하면 될 일이다.
말은 아주 쉽다. 누가 못할 말인가. 이런 말을 하는 고급 군간부들은 정작 초중급 군간부들을 그 말처럼 대해 줬을까. 군 뿐만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늘 위에 떠 있을 것 같은 분들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있다. 분명 그들도 현장의 어려움을 겪어본 젊은 시절이 있음에도 말이다. 정말 말로 끝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16년 전 즘, 군의 정신교육 지침이 변경돼 하달됐던 기억이 난다. 정훈관련 전공자가 아닌 중대장에게 매주 실시해야 하는 '지휘관 정신교육'은 고역 중 하나였다. 각종 교보재와 영상물 관리 등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기 때문이다.
그랬던 지휘관 정신교육의 교재가 '국방일보 윤독'으로 깔끔하게 통일됐다. 병력관리와 교육훈련, 경계작전 등의 책임을 전부 지는 말단 대위인 중대장들의 부담을 내려주는 가벼움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당시 연대장(현 여단장)이었던 모 대령은 중대장이던 기자를 불러 "네가 정신교육에 아주 특화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연대를 대표해 표준정신교육 교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방부가 하지말라는 것을 일개 육군 대위가 어떻게 하느냐, 대령이시니 답을 달라"는 말을 남기고 연대 상황실을 빠져 나와버렸다.
요즘 간부들도 비슷하더라, 병역관리 규정에도 없는 각급 부대 카페나 밴드 같은 사회관계망을 관리해한다고 한다. '장기복무심사'와 '근무평정'에 떨어야 하는 초중급간부들은 몸이 10개라도 부족하다. 그들을 갈아만든 에밀레 종에서는 어떤 종소리가 날까. 아마 곡소리가 날 것이다.
분명 나라가 끌어온 징병 인원들은 소중한 시민들이다. 그렇기에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들과 밀접한 초중급 군간부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내리 사랑'이 아닌 '내리 갈굼'이 될 것은 뻔한 일 아니겠는가.
언론이나 국회에서 병들 급여 인상, 모병제 등을 외칠 때 그 누구가 초중급 군간부의 동결된 봉급과 삭감된 시간외 수당 및 연가보상비를 이야기 해줬을까. 없다. 그런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군대의 코어(핵심)'로써 전투를 이끌 인원들이지만, '돈만 많고(약50조) 전쟁준비 않는 군대'는 당장 필요한 핵심과 말단이 필요한 것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자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해줄 '자랑찬 장식품'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지.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