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배당형 수익률 사상 처음 10% 돌파
지난해 기준 100조원 규모의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넣자는 보험업계와 제외하자는 금융투자업계 의견이 팽팽한 것.
증권업계는 1%대 원리금 보장상품에 자동 편입돼 방치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보험업계는 퇴직연금은 무엇보다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지시를 내리고, DC형은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내리는데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에 따라 퇴직연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실적배당형 vs 원리금보장형
2일 업계에 따르면 김병욱·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개정 법률안을 심사 중이다. 이들 개정안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 등 실적배당형 상품이 사전지정 상품 유형으로 포함돼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환노위 소위에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관련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은행, 보험, 증권업계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증권업계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공백이 생긴 퇴직연금 적립금을 주식,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보험업계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주목하며 원금을 보장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 선택권도 디폴트옵션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해야"
증권업계는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할 경우 제도 도입 취지가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디폴트옵션의 도입 취지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인데,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하면 정책적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3.47%, DB형 수익률은 1.86%로 집계됐다. 이 중 DC형 퇴직연금의 83%를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은 1.69%, 주식형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13.24%로 사상 처음 연 10%를 넘어섰다.
지난해 DC형 퇴직연금 규모가 67조2000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중 83%인 56조원이 1%대 수익률인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영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년 (디폴트옵션) 법안이 발의만 되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디폴트옵션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 1%대의 수익률로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에서는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안정적으로 연 6~8%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들 국가 어디에서도 원리금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 포함하지 않으며,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할 경우 지금처럼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퇴직연금 투자 신중해야"
보험업계는 퇴직연금을 통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은 노후생활을 위한 최저 소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할 경우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할 것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또 만일 발생할 원금 손실 우려에 대해 금융사가 책임을 지고 고객에게 정확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지를 들은 고객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자칫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이란 안정적인 소득권 보장이 기본적인 취지인 만큼 안정성이 가장 먼저 중시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증시 상황만을 고려해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에 뛰어 들었다가 증시가 침체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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