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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좋좋소'를 아십니까

파격은 우리 주변에 있었다.

 

유튜브와 왓챠에 제공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좋소좋소좋소기업(이하 좋좋소)'이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심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를 안겨주고 있다.

 

'좋좋소'는 가상의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를 배경으로 그동안 미디어가 담아내지 않던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중소기업 흑역사를 댓글로 쏟아내고 있다. 이래서 중소기업은 안된다는 '무용론', 빨리 도망가야 한다는 '탈주론', 그래도 참고 버텨야한다는 '참을 인(忍)'론까지 많은 중소기업만큼 그 양태도 다양한다.

 

감독과 출연진도 남다르다. 세계여행 유튜버로 유명세를 탔던 빠니보틀(구독자 63만 명)이 감독을 맡았고, 중소기업에 다니며 중소기업들을 리뷰하는 유튜버 '이과장'(구독자 39만 명)이 실제로 극 중 이과장 역을 맡았다.

 

회식으로 간 삼겹살 무한리필집에서 술값은 각출해서 받는 정필돈 사장, 토익 500점의 신입사원 조충범 주임, 외국 바이어와의 통화에서 파파고 번역기를 들려주는 이미나 대리, 정필돈 사장의 조카 정정우 이사, 정승네트워크의 주력 사업을 빼앗아 자기 회사를 차리려고 하는 백진상 차장이 현실감을 더한다.

 

주먹구구식 면접·근로계약서 미작성·막내 직원의 탈주·믹스커피와 사발면이 전부인 복지·불만 있는 직원들만 올려주는 연봉 등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현실을 그려내는 '좋좋소'에 공영방송류의 '중소기업이 미래다'는 없다.

 

2014년 티비엔 드라마 '미생'이 정글같은 대기업 정규직을 뚫어내려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의 판타지적 악전고투를 그린다면, 정승네트워크의 신입사원 조충범에게 시청자들은 '1년만 돈벌고 공무원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악순환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 의욕과 소속감을 잃고 사용자도 적합한 인재 채용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채용 시장의 현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취준생의 마지노선은 요지부동이고 사장님은 구색 좋은 계약직 인턴을 찾아나선다.

 

'믿음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좋좋소'에서 신입사원들이 근로계약서를 요구할 때마다 정필돈 사장은 "믿음으로 가는거지"라고 얼버무린다. 본인 혼자 굳건히 갖고 있는 그 믿음, 600만개의 중소기업과 여기에 다니는 1700만명 재직자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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