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딜쿠샤
전장석 지음/상상인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서울시내 곳곳을 누빈다. '만리동 책방 만유인력'부터 '대림동 중앙시장 돌아보기', '아현역 나빌레라'에 이르기까지 책에 실린 글은 모두 서울의 지명을 품고 있다. 온종일 쇠망치를 두드리다 금호동의 고깃집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피로를 녹이는 철공소 인부들, 대림동 중앙시장 좌판 뒤에 쪼그려 앉은 나이 든 상인, 손기정 공원에 모과가 떨어져 구르는 장면을 시인은 하염없이 바라본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아닌 골목 언저리에서 도시가 꼭꼭 숨겨둔 이야기를 찾아내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들키고 싶지 않지만 결국 들켜버린 어떤 고독사를, 검게 탄 누룽지처럼 언덕에 붙은 마을을 보여준다. 비만 오면 아직도 진창이 되는 샛길에도 서울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을지로3가 골목은 꼭 순대를 닮았지. 소문과 맛의 길이를 재어본들 비밀은 비밀. 줄자처럼 혓바닥이 길어진 사람들. 간절함이 구불구불 산수갑산인데"('산수갑산 아바이순대' 중). 178쪽. 1만원.
◆숫자를 믿는다
시어도어 M. 포터 지음/이기홍 옮김/한울아카데미
'통계(statistics)'는 '국가의 과학(science of the state)'을 가리킨다. 국가의 인구와 국민총생산, 실업률 등의 숫자는 사람들의 삶을 집약해 표현할 뿐 아니라 온갖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책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숫자를 숭배하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표준화를 요구받는 숫자들은 타협과 협약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숫자의 심층적 의미와 신념을 제거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학생들을 간편하게 분류할 수 있는 지능지수(IQ) 검사, 공공의 분위기를 수량화하기 위한 여론조사, 약물의 인허가를 돕는 정교한 통계적 방법론들, 공공사업의 평가에 사용되는 비용-편익 분석 등 저자는 기계적 객관성과 몰주관성을 추구하는 숫자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512쪽. 5만9000원.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
리처드 J. 라자루스 지음/김승진 옮김/메디치미디어
한 사람의 노력이 지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영세한 환경 단체의 무명 변호사 조 멘델슨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규제해달라는 청원을 낸다. 하지만 환경보호청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청원을 거부한다. 이에 분노한 환경변호사들이 멘델슨에게 합류해 환경보호청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 '이산화탄소 전사들'이 낸 기후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고 결국 미국 대통령을 이기는 승리를 거두게 된다. 개인의 헌신이 온실가스 규제 정책을 이끌어내고 파리협정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기후 소송에 관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노력이 모든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372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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