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자 200여 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체코 인형극'이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을 뚫고 서울에 온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내달 4일 '나무 인형의 비밀-체코 마리오네트' 전시를 개막한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체코 인형극 전시로, 체코 문화부 소속의 유일한 국립 인형극 박물관인 흐루딤인형극박물관과 공동 개최한다. 프라하에서 130km 떨어진 흐루딤 시에 위치한 체코 흐루딤인형극박물관은 5만 여점의 소장품을 갖춘 체코 대표 인형극 박물관이다. 1972년 개관해 내년에 40주년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체코 흐루딤인형극박물관이 소장한 인형 등 관련 유물 156점이 이날 새벽 2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전형적인 체코 인형극의 대표 주인공 '카슈파레크'부터 체코의 인형과 무대배경, 소품, 포스터, 음향 기구에 이르기까지 인형극 관련 전시품이 모두 한국에 도착했다.
다음달 열리는 전시는 당초 한-체코 외교 수립 30주년이 되는 작년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한 차례 취소됐다. 올해도 전시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체코 흐루딤인형극박물관이 호송관 파견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물만이라도 서울에 보내겠다고 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통상 국제전시를 개최할 때 전시품이나 문화재 등은 이를 안전하게 운반하는 '호송관'과 함께 들어온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전시를 위해 문화재를 호송관 없이 보내주는 사례는 체코에서 최초이며, 서울역사박물관에서도 개관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라며 "양 박물관이 그동안 쌓아온 돈독한 신뢰와 전시 개최 의지가 밑바탕이 돼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늘 길을 통해 유물이 체코에서 서울로 오는 여정도 쉽지 않았다. 지난 4월 23일 흐루딤인형극박물관에서 현지 외무부로 작품들이 이동했고, 이달 4일 비행기에 실려 이스탄불을 경유해 오늘(7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편도 9시간이면 올 수 있었지만 비행편이 많지 않아 이스탄불을 거치게 돼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체코 흐루딤인형극박물관이 직접 만나서 전시를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전시 설계부터 작품 설치까지 전 과정을 화상 원격 시스템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제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비대면 시대 새로운 실험의 장이 될 것으로 서울역사박물관측은 기대했다.
'나무 인형의 비밀-체코 마리오네트' 전시는 6월 4일부터 8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체코 인형극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인형극의 주인공 인형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7편의 인형극 실황 영상과 애니메이션도 상영해 현장감을 높였다. 체코 흐루딤인형극박물관에서 보내온 마리오네트 인형, 손가락 인형 등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도 있다.
체코 인형극은 2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8세기 TV와 라디오가 없던 시절 유랑 인형극단은 도시 간 연락망이자 소식을 전달하는 주요 매체로 기능했다. 체코 전설이나 동화를 기반으로 한 인형극은 민족의식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까지도 '드라크 극장(DRAK Theatre)', '리베레츠 나이브 극장(Naive Theatre Liberec)'과 같은 체코 전문 인형극장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그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전시는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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