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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2>우주와인의 귀환…한 병에 10억원?

안상미 기자

차이가 미묘했다. 와인은 좀 더 부드러웠고, 향도 더 풍부해졌다. 그냥 몇 년 더 숙성하면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으면서도 뭔가 딱히 꼬집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들 했다. 우주로 떠났다가 14개월 만에 돌아온 와인에 대한 시음평이다.

 

프랑스의 한 우주기업인 스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Space Cargo Unlimited)는 지난 2019년 11월 우주 공간에서의 농업 잠재력을 알아보기 위해 포도 묘목과 함께 와인 열 두병을 우주로 보냈다.

 

지구로 무사히 돌아온 것은 올해 1월이다. 물과 햇볕이 부족했지만 우주로 간 포도 나무들은 무중력 환경에서 더 빨리 자랐다. 와인 역시 지구에 있을 때보다 숙성이 빨리 진행됐다. 우주에 다녀온 페트뤼스와 지구에 남아있었던 같은 빈티지의 페트뤼스를 블라인드로 시음한 결과 맛과 향, 빛깔 모두 차이가 있었다.

 

14개월 만에 지구로 귀환한 '우주 와인' 페트뤼스 2000년 빈티지. /AP, 뉴시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음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지구에 남아있던 와인은 타닌감이 더 강해 아직 숙성이 덜 된 것처럼 보였다"며 "반면 우주에 다녀온 와인은 타닌이 부드러웠고 꽃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병의 와인 가운데 비교 시음을 위해 3병이 쓰였다. 8병은 향후 연구를 위해 보관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병이 이달 경매에 나왔다.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단 한 병의 우주와인을 경매에 올리며 낙찰가를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 안팎)대로 예상했다.

 

페트뤼스는 사실 전설의 와인으로도 불릴 만큼 원래 비싼 와인이다. 프랑스 보르도의 포므롤 지역에서 생산되며, 메를로가 주요 품종이다. 특유의 우아함을 지니면서도 수십년은 더 두고 볼 수 있는 힘이 매력인 와인이다. 빈티지를 불문하고 한 병에 천만원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경매 예상가를 감안하면 우주 숙성으로 몸값이 100배가 넘게 뛴 셈이다.

 

경매 낙찰자에게는 우주 와인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같은 빈티지의 와인과 함께 운석으로 만든 와인 오프너와 디캔터, 와인잔 등을 준다고 한다.

 

크리스티의 예상대로라면 경매 사상 가장 비싼 와인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기존 최고가 와인은 로마네꽁티 1945 빈티지다. 지난 2018년 소더비가 진행한 경매에서

 

55만8000달러에 팔렸다.

 

우주에서 귀환한 와인이 아니라 우주여행을 떠나 와인을 맛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사실 효능으로 보면 와인은 우주 탐사의 필수품이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3~4주 정도만 체류해도 사람의 근육은 30% 정도로 수축되어 버리고 만다.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하면 어린아이와 같이 다시 걸음마 연습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를 블루베리나 포도 같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과일에서 찾았다. 특히 근육 손실을 막아주는 항산화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은 레드 와인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원 짜리 우주숙성 페트뤼스는 구경도 못하겠지만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매일 진한 레드와인 한잔씩을 마시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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