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업계가 본격적으로 투자 경쟁에 나선다.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력까지 진검승부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투자가 해외로 몰리는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공장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결정하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규모는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파운드리 생산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인수합병(M&A) 등 가능성이 거론된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미 미국 현지에 100억달러(한화 약 12조원)를 투자해 5나노 공정 라인을 짓고 있는 중, 현지 매체에 따르면 추가로 3나노 라인을 새로 구축키로 했다. 투자금도 200억달러(약 24조원) 이상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SMIC도 1분기에 전년 대비 2배 가량 많은 순이익을 발표하며 생산력을 늘리기 위한 5조원 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그 밖에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가운데,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 UMC 등 중소 파운드리 업계들도 투자 확대를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가 파운드리 투자에 급격하게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공급량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파운드리 사업 중요성이 더 커진 것. 글로벌 정부들도 앞다퉈 투자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미중무역분쟁도 투자 열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이어가면서 중국 반도체 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렸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회생하면서 다시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것. 이에 맞서 미국 정부도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지원을 이어가며 글로벌 업체를 동맹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K-칩' 생태계도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소재·부품·장비 업계도 투자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 삼성전자가 최근 평택사업장 증설 계획을 밝힌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용인 클러스터에 이은 대규모 투자까지 공언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단, 파운드리 투자가 대부분 해외로 몰리는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미 글로벌 소부장 생태계가 미국와 일본 중심으로 조성된 만큼, 자칫 '낙수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 역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에도 여전히 투자에 신중론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파운드리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외에는 국내에서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국내 파운드리 라인 증설 가능성을 내비치긴 했지만, 당장 국내에 투자를 하기보다는 일단 중국에 있는 자회사인 시스템IC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파운드리 투자가 어려운 배경에는 팹리스 부재가 꼽힌다. 수주를 맡길만한 팹리스가 대부분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에 있는 만큼, 국내보다는 해외에 자리를 잡아야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관이 나서 팹리스 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해도 결국 해외에서 수주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현지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팹리스가 더 많아지고 성장해야 사업성도 높아지지만, 단시간에 될만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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