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수량 '제로(0)'
편의점에서 백만원이 넘는 와인을 판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판매 시작 이틀여 만에 품절이 됐다는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와인 소비가 급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병에 만원 안팎의 저가 와인 위주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품종과 지역이 다양화되고 가격대도 다소 올라갔다. 그렇다고 해도 한 병에 백만원이 넘는 와인은 많은 이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주인공은 이른바 '5대 샤또' 와인 중 하나인 샤또 무통 로칠드 2002 빈티지. 정가 대비 할인이 많이 됐다고 해도 한 병에 132만원짜리가 내놓자마자 동이 났다.
와인은 한 편의점이 5월 가정의 달과 지난 17일 성년의 날을 맞이해 내놓은 상품이다. 올해 성년이 되는 2002년생 고객과 2002년 결혼·출산 등 특별한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도록 2002년 빈티지의 5대 샤또 와을 100병을 한정 수량으로 준비했다.
와인애호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와인을 시작했다면 죽기 전엔 꼭 마셔보겠다는 '버킷 리스트'의 와인. 바로 프랑스의 5대 샤또 와인이다.
시작은 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파리 세계 박람회 당시 보르도 상공 회의소는 메독 지역의 최고 레드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와인 목록을 요청받고 등급 분류에 나선다. 이 가운데 1등급을 받은 샤또 마고와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뚜르,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등이 5대 샤또다.
등급으로 못을 박아놨으니 최고의 와인임은 입증됐고, 여기에 성년이나 특별한 날이라는 의미를 더해 기념선물로는 더할 나위 없었던 셈. 5대 샤또의 숙성 잠재력을 감안하면 20년의 시간을 축하하기엔 딱 좋을 아이템이었다.
20일 오전 기준으로 샤또 무통 로칠드 2002는 모두 팔렸고, 161만원의 샤또 라뚜르 2002 역시 많이 팔려 4병밖에 남지 않았다. 129만원의 샤또 마고 2002와 193만원 자리 샤또 라피트 로칠드 2002가 각각 11병씩, 133만원 샤또 오브리옹 2002가 16병의 재고가 남아있었다.
특별한 해를 기념하고 싶다면 꼭 5대 샤또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5대 샤또 와인보다는 아이의 탄생을 기념해 빈티지 포트를 사두는 일이 더 많다. 아이가 성년이 되는 날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20년의 시간을 같이 지낸 빈티지 포트를 한 잔씩 하는 풍습이다.
특히 2002년처럼 보르도가 그닥 좋은 않은 해일 경우 빈티지 포트가 기념일에 더 어울릴 수 있다. 보르도의 2002 빈티지 점수는 80점대 후반으로 일생에 몇 번 못 만날 5대 샤또를 사기엔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물론 빈티지 포트 역시 때가 맞아야 한다. 빈티지 포트는 매년 만드는게 아니다. 특별히 최고의 포도가 재배되었을 때만 가능하며, 생산자가 숙성과정을 지켜보며 빈티지 포트로 선언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보통 10년에 서너번 정도의 빈티지 포트가 탄생한다.
기자의 아이는 2016년에 태어났다. 보르도의 2016년은 평균 점수가 무려 90점대 후반으로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는데 포트와인 역시 2016년은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빈티지 포트를 선언했을 정도로 좋은 해였다.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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