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가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일부 희생을 감내했다는 평가와 함께 현지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실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각각 미국에 새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들인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10억달러를 들여 R&D센터를 현지에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아직 투자 지역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획을 발표했다. 현지 정부와 협상을 끝내지 못했지만, 한미정상회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발표를 앞당겼다는 해석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미국쪽에 세제 혜택과 인프라 등 투자 인센티브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이번 협상으로 양국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키로 한 만큼,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인 듀폰이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고, 퀄컴도 한국 협력사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로 협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약 9000억원 규모로 10년간 세제혜택 여부를 협상중이었지만, 오스틴지역의 전력난 등 현지 인프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염두에 두고 실리를 저울질했다. 그러나 이번 투자 발표로 현지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협상 카드를 잃은 셈이다.
아울러 미국 반도체 동맹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눈치도 보게 됐다. 중국이 아직 한미정상회담 관련한 대응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양국 사이에서 어렵게 줄타기를 해오던 삼성전자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미국에 허투루 거액을 쏟아부은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설치할 공정은 극자외선(EUV) 장비를 이용한 5나노 수준으로 추정된다. 앞서 경쟁사인 TSMC는 5나노에 이어 3나노 공정까지 도입키로 결정했다. 현지에서 파운드리 업계 '2강'이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업계가 미국에 집중적으로 공장을 늘리는 이유는 '고객 만족'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팹리스가 가장 성장한 국가다. AMD와 퀄컴을 비롯해 주요 팹리스는 대부분 미국에 위치해있다. 오스틴 공장 역시 과거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를 생산하며 기술력을 높이기도 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믿고 수주를 맡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팹리스가 로직칩 설계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와 거래하기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현지 공장이 지역적으로도 멀리 떨어져있고 파운드리 중심 라인인 만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지 인력 확보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는 최근 가파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급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박사급 인력이 증가하긴 했지만, 논문 실적 등 실질 역량이 저하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힘을 합쳐 인력 양성에 나섰지만 시간적으로도 녹록지 않은 상황, 현지 공장과 R&D 센터를 통해 현지 인력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지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면 팹리스들과 접점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현지 정부 지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 수준도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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