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불량부터 지휘관의 내부자 색출에 이르기까지 요즘 군대는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부실한 급식문제로 인해 부사관학교에서 시범 적용 중인 '민간위탁 식당'에 대한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전역장군들의 모임인 성우회는 전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대 목소리를 낸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전시에는 전투식량을 먹으니'군기 잡기식'발언은 자중하라는 반론과 함께 '훈련병 흡연권'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군이 소위 말하는 군기 빠진 당나라 군대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볼 시기가 온 것이다. 그래서 한·미·일 3개국 군대의 군기를 비교해 본다.
◆모병포스터, 'THE(더) 편한 육군'?
출산률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다. 때문에 병력소모가 많은 지상군의 경우 우수한 병력자원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한·미·일 3개국의 모병 포스터를 보면 재미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육·해·공 그리고 사관학교와 각 대학별로 제작되는 방대한 모병포스터를 전부 비교할 수 없기에 올해 제작된 육군의 모집분야별 종합포스터와 일본 방위성이 발간한 신분별 모집안내 책자를 비교해 봤다.
양국 비교에서 한국 육군이 '더 편한'이미지를 보여준다. 올해 육군 모병 포스터에 등장하는 모델 중 야외 착모 규정을 적용해야 할 모델은 14명이다. 이 중 3명만이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실외에서 군모를 착용하라는 규정이 있음에도 군모를 벗고 다니는 현실태를 반영한 듯하다. 일부 모델들은 전투장구류착를 착용하고서도 긴 머리를 드러내 놓고 있다.
군대가 자위대라는 군사조직을 가진 이웃 일본은 모병 홍보를 통합적으로 올려뒀다. 신분별로 보면 간부(장교)모병 안내책자에 등장한 6명 중 항공기와 실내에서 촬영한 2명을 뺀 전원이 군모를 착용하고 있다. 조(부사관)모병 안내책자에는 6명 중 4명이 헬멧과 군모를 쓰고 있고, 병모집 안내책자에는 6명 중 실내에서 촬영한 1명만 모자를 벗고 사진을 찍었다.
흔히들 장비와 예산이 풍부할 뿐 군기는 느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 육군은 의외로 비교 3국 중 가장 군기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 미육군의 경우 홈페이지와 홍보포스터에서 훈련목적상 모자를 벗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모와 헬멧을 쓰지 않은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강한군기 외치던 한국군은 어디로?
국군은 야외훈련을 할 때나 식사를 하러 갈때, 일상 병영생활 등 '야전군기' 준수를 강조한다. 반면, 헐렁해 보이는 미군의 경우 '군기 유지'를 강요하지 않는편이다. 모병제 국가이다보니 개인의 잘못은 개인이 책임진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군의 경우 실외에서 군모를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매우 까다롭게 지켜진다. 민간용품의 사용도 규정이 허용하지 않는 피복과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문책을 받는다.
미육군 규정은 장교라도 실외에서 군모를 벗고있을 시 경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할 정도로 합리적이다. 먼거리에서 군모를 벗었을 때 경례를 해야하는 장교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자위대의 경우, 한국군 못지않게 '병영부조리'나 '성군기 위반' 등 좋지 않은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지만, 제복의 착용이나 훈련시 주의사항들은 더 잘지켜지는 편이다. 훈련의 경우 개인의 선택에 따라 받고 그에 따른 수당을 받기때문이다.
징병제인 한국과 모병제인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렇지만, '외적자세'를 중요시하는 한국이 '당나라 군대'라고 지적하는 이들 국가보다 강한 군기인지는 의문이다.
◆합리적 사고를 통한 '싸우는 군대'돼야...
징병된 청년들이 대다수인 한국군에게 돈을 받고 복무하는 모병제의 '프로 군인'의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한 병영생활 지도와 합리적 사고에 따른 부대운영이 필요하다.
징병제 국가 중에서 작지만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군은 군기보다 합리적인 지휘와 사고를 중요시 여긴다. 이미 오래전 부터 이스라엘군 징집병은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병영생활하는 것도 허용됐다. 반면, 한국군은 과도한 군기와 규정에 빠져 있다. 통제를 당하는 병도 이들을 직접 지도해야하는 또래의 젊은 초급간부들은 항상 지쳐있다.
군대의 기간이라는 간부가 흔들리면, 다수의 병들은 동요될 수 밖에 없다. 복무기간은 짧아지고 코로나19 등 안전요소에 발이 묶여 있어 강한 훈련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지켜야 할 기본은 잊어가며 쓸데 없는 군기만 유지하는 것은 '싸우는 군대'와는 반대 반향일 것이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중장 전역)은 합리적 전투사고와 남다른 부하사랑으로 유명하다. 전 전 사령관은 중대장 시절 사격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다리 사이로 총탄이 지나가게 훈련을 시켰다. 장병의 의식주와 휴식 여건보장도 그만큼 노력했다. 사단장 시절 부하들의 떡국을 다 배식한 뒤 자신이 제일 마지막에 불은 떡국을 먹은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머리부터 짧게 밀었다. 머리 부상등 긴급상황시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가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인의 머리와 복장만큼은 철저하게 통제했다.
전 전사령관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 먹는 문제가 일어날지는 몰랐다.이번 기회에 부식 조달문제와 취사병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민간조리원들의 처우문제가 심도있게 검토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 전사령관은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병영의 자율과 합리성은 시대적 요구로 부각되었고 군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간부의 무한책임도 묻기 힘들며 자율에 따른 결과는 개인과 조직의 철저한 구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군의 본질인 '국방'에 충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