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워싱턴DC의 피자가게 '카밋 핑퐁'에서 2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소총으로 실탄 수발을 난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피자게이트'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총격했다"고 진술했다. 피자게이트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착취 조직을 지휘했으며 카밋 핑퐁이라는 피자가게가 그 근거지라는 내용의 음모론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던 이 사건은 2019년 8월 불법 아동 성매매 혐의로 기소돼 수감된 제프리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엡스타인이 피자게이트에 연루된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고객 명부로 이들을 협박하자 누군가 그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피자게이트를 믿진 않지만, 이 음모론 신봉자들의 심정을 조금 헤아려 줄 필요는 있다. '킹리적 갓심'이라는 말이 유행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은 팩트가 부족한 자리를 상상력으로 메우는 경향이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수록 이런 성향은 강해진다. 킹리적 갓심이란 단순한 의혹의 수준을 넘어 사건의 정황이 딱딱 맞아떨어질 때 합리적 의심이란 말 대신 강조하는 접두사(?)인 '킹'(왕)과 '갓'(신)을 붙여 사용하는 신조어다. 추측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정식으로 공개된 내용이라면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을 썼을 테지만 정보 접근 제한으로 일반 시민이 진실에 가닿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므로 킹리적 갓심을 발동할 수밖에.
서울시는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대응 방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며 작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시청에서 열리는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을 생중계했다. 매주 월요일에는 코로나19 주간 발생 동향을 통해 지난 일주일간 서울시의 방역 성적표를 점검받는다. 지난주 일평균 확진자 수, 감염경로 조사 중인 사례, 무증상자 비율, 확진시 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환자 비율, 사망자수를 2주전과 비교해 상황이 더 나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3일 이례적으로 코로나19 주간발생 동향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제대로 된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져 정보를 숨기는 건 아닐까?'라는 킹리적 갓심이 들어 직접 확인해봤다. 해당 정보가 누락된 4월 마지막주에는 코로나19 감염경로 조사 중인 사례, 무증상자 비율, 65세 이상 확진자수, 사망자수가 각각 2주전과 비교해 1.9%포인트, 1.4%포인트, 3.3%포인트, 6명 증가했다. 킹리적 갓심이 합리적 의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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