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을 옮긴다'란 뜻의 '피보팅(Pivoting)'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에는 기존 사업 모델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증폭됐다. 이에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매장 중심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사업을 강화,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전통 강호도 '디지털'에 역량 쏟아
전통 유통 기업 신세계와 롯데는 각각 SSG닷컴과 롯데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살아남기 위해 양사는 덩치를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 오픈마켓 모델도 도입했다.
SSG닷컴은 지난달 오픈마켓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 해당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다. 오픈마켓이 정식으로 도입되면 취급 상품 수를 급격히 늘릴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SSG닷컴은 지난달 패션플랫폼 'W컨셉(W Concept)'의 경영권 인수를 확정했다. MZ세대가 소비 주축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인수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복안이다.
롯데온은 지난 2월 사령탑을 교체했다.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e커머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 롯데온을 재정비하고 이베이코리아 사정을 잘 아는 나 부사장을 통해 인수작업에 전략적으로 착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달 있을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서도 신세계와 롯데의 눈치싸움은 치열할 전망이다.
앞서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장과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최근 네이버와 신세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계획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15%를 롯데물산에 매각해 8300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동산을 롯데리츠에 추가 양도해 약 7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기존 현금성 자산을 합쳐 2조7000억원대의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유통 관계자들은 해당 자금이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문판매의 진화
방문판매로 성장한 대표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야쿠르트도 디지털 전환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팬데믹 위기에서 유통 시장 흐름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모습이다.
80~90년대 방문판매로 유명세를 떨친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저성장에 접어들었다. 방문판매를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서경배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고객 중심의 초심'을 강조하며 디지털 대전환을 주문했다. 이에 올해 1분기 국내 사업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각각 6.9%, 44.7% 증가한 8135억원의 매출과 12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국내 온라인 매출은 오프라인 매장 정리를 통한 채널 효율화 등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같은기간 해외 사업 매출은 4474억원으로 19.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523억원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올초부터 중국·일본 내 역직구 플랫폼 근무자, 역직구 운영 대행사 근무 경험자를 적극 구인하는 등 관련 조직 경력자 영입에도 공들이고 있다.
해외 화장품 시장의 아시아 지역 중심 성장, 중국 럭셔리 화장품 카테고리 수요 확대, 디지털 채널 성장세의 가시화 등이 이유다.
52년간 방문판매로 전국 유통망을 구축한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사명을 hy로 변경, 종합유통사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자사몰 '프레딧'은 타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주 상품군인 발효유 외에 여성, 유아, 생활용품, 화장품, 밀키트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프레딧에서 구매한 제품은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프레시 매니저가 맡은 구역 고객에게 직접 전달한다. 오프라인 사업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온라인 경쟁력까지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해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비는 '무료'다. 이종 제품 배송으로 만난 새로운 소비자를 발효유 정기구독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외식업계, 집밥 수요에 주목
유통 채널들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다면, 식품 회사들은 외식 생활이 줄고 집밥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착안해 HMR(가정간편식)과 RMR(레스토랑간편식) 사업을 강화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프랜차이즈 업종은 매각 및 폐점을 단행했다. CJ푸드빌의 '빕스' 매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4개가 폐점해 41개만 운영 중이다. '계절밥상' 4개 매장은 뷔페가 아닌 식당처럼 1인 반상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바꿨으며 매장도 9개로 줄였다.
식품업계는 해외 시장과 HMR 사업을 강화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한 24조2457억원, 영업이익은 51.6% 늘어난 1조3596억원을 달성했다.
식품사업부문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8조96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해외 매출이 31% 늘며 성장을 견인했다. 비비고 만두를 앞세운 K-푸드 제품이 미국 등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며 이룬 성과다.
풀무원도 올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9% 늘어난 5806억원, 영업이익은 약 62% 늘어난 7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89.47% 증가한 108억원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판매 채널인 '풀무원샵'과 HMR 제품군 강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전략이 유효했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통업계는 지난해부터 유연하게 시장 방향을 전환하는 '피보팅'으로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며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급변하는 유통 시장에 적응하며 소비자의 니즈 또한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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