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학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핵심단어는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Al)이다. AI 발전에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초고속으로 처리할 컴퓨터와 무선통신 기술이 요구되며,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보듯이 기계와 기계가 직접 신호를 주고받아 조절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의 무선통신 기반, 인공지능 시대에도 '지리적 조건이 개인과 세계사에 아직도 여전히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던 차에 눈에 띄는 책을 찾았다.
'지리의 힘' 저자는 팀 마살 (Tim Marshall)이고 옮긴이는 김미선이다. 팀 마샬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를 지냈고, BBC 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2015년 출판된 이 책의 원제목(Prisoners of Geography)을 해석해 보면 "지리의 포로들" 혹은 "지리에 지배 받는 인간들" 쯤으로 보인다.
책의 표지와 뒷면엔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라고 책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됐다. 한니발도, 손자도,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인정했던 '지리의 법칙'은 21세기에도 변함없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리 밀착형의 시대, 이제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팀 마샬은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지리에서 비롯된 경제 전쟁·세계의 분열·영유권 분쟁·빈부격차 등에 대해서 서술한다. 즉, 4000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는 중국,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고 있는 서유럽, 가장 넓은 나라지만 지리적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러시아,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된 한국,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일본, 내륙이 텅 빈 거대한 지리의 감옥에 갇힌 라틴 아메리카, 유럽인들이 만들어 놓은 지정학의 피해자가 된 아프리카, 인위적인 국경선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중동, 지리적으로 출발부터 서로 달랐던 인도와 파키스탄,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된 북극이 바로 10개 지역이다.
이 책에서 나의 관심을 끈 지역은 중국, 유럽, 러시아, 중동, 그리고 북극이었다. 중국의 경우 국제적 비난에도 티베트와 신장 지역의 땅에 집착하는 이유와 이웃 나라와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왜 남중국해를 지배하려는 이유, 서유럽은 왜 일찍부터 문명의 축복을 받고 남유럽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뒤쳐진 이유, 부동항이 필요한 러시아의 경우 왜 크림 반도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감행했는지에 대한 이유, 중동의 경우 왜 빈번한 분쟁이 발생하는 지에 대한 자세한 이유, 북극의 경우 왜 수많은 나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탐내는 이유를 팀 마살은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중국과 러시아 및 일본과 미국 등 강대국들의 견제 속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왔다. 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연약하지만 핵무기를 수단으로 위험한 약자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발생할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다. 전쟁 초기 북한은 동해와 태평양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면서 일본 영토 전체도 사정권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남한 편에서 싸울 것이고, 그러면 바짝 긴장한 중국군이 압록강 부근으로 모여들 것이고 러시아와 일본은 이 국면을 초조하게 지켜볼 것이다. 대략 이런 스토리로 전개되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반도만 손해를 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지리적 환경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여전히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전쟁과 이동 수단을 비유해서 대답해 본다. 전쟁에서 공군과 육군의 역할은 다르다. 첨단 인공지능과 전자 산업은 공군에 해당되고, 관련 물품은 항공기로 수송한다. 반면, 자동차를 비롯한 중화학산업은 육군에 해당하고, 관련 수출입 제품들은 바다를 통한 선박으로 수송한다. 중화학산업은 현재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리는 개인과 세계사의 운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지리적 영향을 극복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관점을 달리하면 답은 보인다.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면 지리적 영향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와 외교관계가 아닌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조영래 부산대 공과대학장은 다음 글쓰는 이로 신경호 대한금속재료학회장 (KIST 책임연구원)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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