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 승자의 자리는
"망치를 든 사람에겐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저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말이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유리하고 익숙한 도구만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작금의 시대에도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까지 망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버텨낼 순 있었어도, 올해부터는 오히려 망치가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손에 쥔 망치를 내려놓고 피보팅(Pivoting)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피보팅은 위기상황에서 제품·전략·마케팅 등 모든 경영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모르는 시기에 피보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뉴노멀 시대 승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업은 소비자가 말하는 그 무언가를 따라 신속하게 혁신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건강 디지털 그린+편리함' 추구
코로나19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며 소비 트렌드는 ▲언택트 ▲홈코노미 ▲본원적 가치 중시(Essential Value) ▲불안케어 ▲에고이즘(Egoism)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사람들과 접촉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나'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이 소비패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가치(본원적 가치)가 무엇인지 반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건강과 웰빙, 환경 등을 위해 소비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30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 기능식품 시장규모는 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경험률은 78.9%로 100가구 중 79가구가 1년에 한 번 이상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구매비용도 32만1077원으로 지난 2018년(30만1350원) 대비 2만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키워먹는 그린하비(Green Hobby)도 늘었다. 집에서 식용식물을 통한 플랜테리어나 셀프농장, 주말농장 등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화원 화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가량 증가했고, 농업용품(비료·종자) 매출도 15%가량 늘었다.
아울러 환경을 위한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환경보호에 대한 소홀이 때론 전염병으로, 때론 기후변화로 이어져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에서 주로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8.6%로, 2018년과 비교해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일과 집안일이 불분명해지면서 홈코노미를 위한 소비도 늘고 있다. 홈코노미는 집(Home)과 경제 활동(Economy)의 합성어로 집에서 이뤄지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의 매출액은 지난해 9월 전년 대비 77% 감소한 반면 주류전문점의 매출액은 83% 증가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소비도 증가해 가구판매점과 인테리어 용품의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5% 증가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여기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시간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굳이 시간을 들여 오프라인 쇼핑을 하러가거나 극장 방문, 외식을 하는 것이 필요없다고 느끼게 된 것. 이러한 관점은 거주공간까지 확장돼 집안일은 가전 제품에 맡기고 그 시간에 취미 생활 등을 즐기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기업들 '선택과 집중'
이에 따라 기업들은 소비 트렌드에 맞춰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소비자가 가치를 경험한 소비 습성을 쉽게 버리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은 주로 피보팅 전략인 ▲기술, 운영 노하우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핵심역량 피보팅' ▲시설 설비·공간·건물 등을 중심으로 사업전환을 꾀하는 '하드웨어 피보팅' ▲사업을 통해 파악된 소비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타깃피보팅' ▲새로운 품목을 기획하고 판매경로를 변경해 사업전환을 모색하는 '세일즈 피보팅'의 유형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 2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다양한 수소차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자동차 제조, 운영,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 이는 기존의 기술운영 노하우를 중심으로 환경개선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핵심역량 피보팅'에 해당한다.
신라호텔(하드웨어 피보팅)은 숙박업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코로나 블루를 해소할 수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리드믹 요가'와 '티 세리머니'를 통해 요가와 다도수업을 즐길 있도록 하겠다는 것. 공간 건물 등을 중심으로 사업전환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산업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엔터테인먼트기업이지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되기위해 IT·게임 등의 인재를 영입하고 자체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력 소비자인 10~20대의 선호에 맞는 사업으로 전환(타깃 피보팅)하겠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에 대응해 배달전용 매장을 통해 스타벅스 딜리버리 매장을 운영(세일즈 피보팅)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피보팅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까지는 누구도 성공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방향설정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 또한 신속한 피보팅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