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 기업과 투자자는 저마다의 이유로 ESG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ESG 경영 관련 쏟아지는 정보로 객관적인 시각을 내기 어려운 요즘, 국내 ESG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ESG의 현재, 미래, 한계를 들여다본다.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최남수 서정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방송 대표이사과 YTN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 교수는 ESG로 재무제표에서 포착되지 않는 리스크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ESG가 기업에 필수 조건이 된 이유를 세 가지로 뽑았는데 그는 "팬데믹을 계기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가져올 또 다른 재앙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은 2015년의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을 1.5°C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대로 가면 금세기말에는 상승 폭이 3°C에 이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교수는 "다음으로 주주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 자본주의를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점도 ESG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이며 "마지막으로 환경과 이해관계자자본주의를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실행력이 배가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중견·중소 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중견·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며 "특히 상대적으로 관련 데이터도 적어 실제보다 ESG를 더 잘못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중견·중소기업도 중장기적으로 ESG를 피해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에 대한 탄소조정세 부과 등 무역 규제가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는 데다 금융기관도 대출 심사 시 ESG를 주요 평가 요소로 보고 있는 등 환경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중견·중소기업은 경영자원을 공유하면서 공동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들 기업에 대해 ESG 경영 자문을 확대하며 공동 대응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돕고 필요할 경우 자금 등의 지원도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ESG 평가 기관마다 점수가 다른 원인에 대해 "평가 기관마다 중요시하는 항목이 다른 만큼 점수도 다를 수 있다. 모든 기관의 점수가 유사하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점수 차이가 너무 클 경우 혼선이 빚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외에서 표준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증권거래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산업자원부에서 'K-ESG'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글로벌 회계법인이 ESG가 포함된 이해관계자자본주의 측정지표(SCM)을 이미 발표했고 60개 이상의 글로벌 대기업이 이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며 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표준을 제시하는 IFRS도 현재 ESG 지표 표준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 기준의 표준화는 앞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먼저 재무제표와 별도로 발표되는 지속가능보고서에 포함될 ESG 지표를 표준화하는 일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기업의 ESG 활동을 최대한 계량화해 기존의 재무제표 안에 포함시키는 작업이 시간을 두고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ESG 지표가 재무제표에 통합되는 게 더 중요한 표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글로벌 ESG 트렌드에서 주목받는 것은 환경에 대한 부분이라며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는 2050년을 탄소중립 달성 시한으로 잡았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을 찍은 시기부터 2050년까지의 기간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간이 유럽연합이 60년, 일본이 3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2년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짧은 기간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추가로 "여기에 다른 나라에 비해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점도 문제다. 당장은 거버넌스가 크게 이슈가 되고 있지 않지만 길게 보면 거버넌스 부문에서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실제로 E(환경)와 S(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려면 결국 G(지배구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총수의 전횡이나 세습 경영 등은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버넌스 부분의 평가가 이사회의 독럽적 운영, 투명한 의사 결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ESG 경영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기업들의 ESG는 홍보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ESG는 기업의 평판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략과 경영 전반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가치를 반영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장기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라며 "따라서 실제로 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ESG 경영을 추진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CEO의 의지가 중요하고 이사회의 감독과 의사결정이 중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말은 무성한 데 별다른 열매가 없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데 ESG를 잘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ESG 워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는 기업의 ESG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유인책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일례로 캘리포니아의 롱비치시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ESG와 유사한 개념인 지속가능 평가가 좋은 기업에 공사를 발주한 게 좋은 예이며 국내에서도 최근 서울시 25개 구청이 구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선정할 때 ESG를 주요 평가지수로 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도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조달할 때 ESG 평가에 근거해 업체를 선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 기업의 변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실제와 다르게 포장하는 그린워싱이나 ESG워싱에 대한 세밀한 감독과 제재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ESG 투자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국민연금은 ESG 투자를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가 적용되는 자산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며 이에 따라 ESG에 위배되는 경영을 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짚어볼 중요한 점이 있다. 통상 ESG를 잘하는 기업은 경영실적이 우수하고 투자수익률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ESG와 경영실적의 인과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ESG 투자 시대에 국민연금 같은 글로벌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기업은 ESG 평가도 우수하고 경영실적도 좋은 기업일 것이다. ESG를 한다고 하는 모든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 부진으로 CEO가 퇴진한 프랑스의 대표 식음료업체인 다농과 같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시장은 이런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실적이 호전될 때까지 리스크를 안고 기다릴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해 혁신을 유도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ESG 행동주의'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 등의 선택지가 국민연금에 있을 것"이며 "ESG와 수익률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경우만 있다면 좋겠지만, ESG와 수익률이 상충되는 경우에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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