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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metro 19th-투자에 빠진 대한민국] 주식계좌 4500만개

#. 대학생 A씨는 아르바이트 월급을 모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공모주 투자는 처음이다. 본인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까지 증권사 계좌를 만들어 각각 청약금 52만5000원을 납입했다. 그는 "상장 첫날 팔면 무조건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믿고 온 가족이 공모주 청약에 나섰다"며 "공모주 1주를 배정받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SKIET는 당초 예상대로 '따상'(공모가가 시초가 두배+상한가)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A씨는 상장 첫날 SKIET를 매도해 70%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 직장인 B씨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될 때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4만7000원대에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해 쏠쏠한 수익을 남겼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미국 나스닥 게임스탑에 1500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숏스퀴즈(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했으나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현상)가 한 번 더 온다는 친구 말에 섣불리 큰 금액을 넣었다"며 "결과적으로 본인은 200만원, 친구는 800만원을 나란히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스스로가 주식 투자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좋은 기업을 알아볼 수 있도록 꾸준한 공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 사회초년생 C씨는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1년간 모아온 적금 통장을 깼다. 1000만원 가량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그는 "솔직히 운만 좋으면 적금 들어서 받을 이자를 단 몇 분 만에 벌 수도 있다"며 "(1000만원이라는) 이 금액도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기 위해선 가상화폐 투자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또 "솔직히 가상화폐가 아직까지 많이 불안한 투자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단기 수익률 200~300%를 경험하면 더 이상 예·적금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투자 광풍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동학개미운동은 자연스레 가상화폐 투자로 이어졌다. 특히 대한민국 투자 열풍은 2030세대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그 기저에는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2030세대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도 투자에 나서는 성향이 있다"며 "취직, 결혼도 힘들고, 정상적으로 월급만 모아서는 내 집 하나 장만하기도 어렵다. 사다리가 끊어졌다, 지금 끼어들지 않으면 또 한 번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자본소득에 대한 인식 변화도 생겼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체 응답자의 32.9%가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를 꼽았다. '업무 역량 강화 및 승진'이라고 답한 사람은 14.9%에 그쳤다.

 

◆1인 1증권계좌 시대

 

투자 열풍은 증권사의 신규 계좌 개설수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는 4556만2746개로 집계됐다. 3000만개를 넘어선 지난해 3월 6일 이후 1년만에 1000만개 넘게 불어났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란 10만원 이상이 들어있고, 6개월간 한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를 말한다.

 

주민등록 인구 5182만명 중 20세 이상이 4312만명이므로 20세 이상 평균 1명이 1개꼴로 주식 계좌를 가진 셈이다.

 

가상화폐의 경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대가 81만6039명(32.7%), 30대가 76만8775명(30.8%)으로 2030세대가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 문맹' 벗어나나

 

이같은 투자 열풍에 한국의 금융 지식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등 '금융 문맹'을 벗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실시한 '2020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성인(만 18~7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6.8점으로 OECD 평균인 62.0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62.2점보다 4.6점이나 올랐다.

 

금융이해력 점수는 ▲소비자가 금융 상품·서비스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인 '금융지식' ▲금융과 관련한 소비자 행태인 '금융행위' ▲소비와 저축 및 돈의 존재가치에 대한 선호도인 '금융태도'와 관련한 답변을 수치화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청년층의 건전한 금융태도 조성을 위해 조기 금융·경제교육을 강화하고, 노년층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 기본교육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부터 의무적으로 금융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금융 문맹'을 벗어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50주 가운데 45주에서 금융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한 상태다. 영국과 캐나다 등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금융 과목을 가르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 금융문맹을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 몇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며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예산 확보나 정책 방안 등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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