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초임 변호사가 소속 로펌 대표 변호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31일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혐의에 휩싸인 대표 변호사는 지난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자신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대표 변호사의 장례 절차가 끝난 후인 31일 입장을 밝힌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최근 받은 페이스북 메세지를 공개했다.
"(고인은)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공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개인에 대하여 언론플레이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이은의 변호사는 페이스북 게시글은 물론, 로스쿨 전용 커뮤니티나 변호인에게 직접 전달된 문자 등 피의자 사망 직후 피해자와 피해자 측 변호인에게 쏟아진 비난들을 직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 이 변호사는 "모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한변호사협회(아래 변협)에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구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피의자를 사망케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변호사는 나아가 피해자가 피의자로부터 직접 추가 피해를 파악하고 보완 수사를 요청한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피해자가 언론보도에 응하게 된 이유 또한 "추가 피해자 중 누군가가 용기내 연락해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추가 피해자 2인의 성명과 연락처, 피해사실들을 상세히 설명해 관련 증거와 함께 서초경찰서에 의견서로 정리해 제출하고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이날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해당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의자 사망에 의한 공소권 없음 처분과 별개로, 사건 실체에 대한 규명과 추가 피해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 변호사는 변협을 향해서도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수사 기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공식적인 촉구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래는 이날 피해자가 직접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지난 5월 24일 최초 보도된 로펌 변호사의 초임 변호사 성폭력 기사를 보고 '변호사가 한두 번 아니고 여러 번이나 성폭력 당하는 게 말이 되냐' '여자도 변호사 자질 없다'라고 말하는 많은 글을 봤습니다. 내 한몸도 못지킨 내가 변호사 자격이 있을까. 이는 지난 1년간 자신에게 계속 던진 질문이었고 스스로를 혐오하게 만든 굴레였습니다.
생계를 꾸려가야 해 직장을 구하고 살기위해 다량의 정신과 약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믿지 못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자다가 불안감에 깨 이미 수십 번 본 자료를 다시봤습니다. 주요 범행지였던 서울지방법원에 갈 때면 평소 두 세배 달하는 항불안제를 먹었지만, 정문을 들어서며 나오는 헛구역질을 참아야했습니다.
가해자 고소는 목을 졸라오는 자기혐오에서 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수사기관과 사법부에서 '나는 나를 혐오할 필요가 없다'는 걸 확인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12월 최초 고소를 하고 경찰에 성폭력 순간들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들을 모두 소명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송치만을 앞두고 있던 때 가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해자는 저에게 성폭력을 행사하여 '본인이 한 다리만 건너면 서초동 대표들은 다 안다'라고 하였고 유력 법조계 인사와의 친분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죽음으로 지금도 제게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자살은 가해자의 신상이 유포된 계기가 되었고 제게도 가해자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용기를 끌어 모아 정당하고 적법한 고소를 했지만 가해자의 자살로 악의에 찬 질문과 의혹어린 시선 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지난 6개월간 사건을 수사 하고 최종 결론을 내린 서초경찰서의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의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피해자로써 이미 이뤄진 수사결과를 알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 계기로 성범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자신 죄를 숨기는 행동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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