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BTS를 대표해 UN 연설에 나선 RM은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헉'하며 내 시간이 멈추어버렸다. 같은 해 겨울 빅히트의 공식 SNS에 3권의 책이 소개되었다. '영혼과 사랑 그리고 성장을 이야기하다'라는 글과 함께 소개된 영혼의 지도, 사랑의 기술 그리고 데미안이 그것이었다. 순간 RM의 UN 연설에 대한 내 반응이 당연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BTS가 애써 전달하려했던 '자기애 그리고 이를 실현하려는 실천의지'가 바로 필자의 인생도서, '사랑의 기술'의 한 줄 요약이기 때문이었다.
겨울방학을 마치면 3학년이 되는 중학생에게 '사랑의 기술'은 충분히 매혹적인 제목이었다. 눈에 아른거리는 그 아이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기술이라니! 낯붉히며 구입한 책의 비닐을 벗기며 카사노바를 떠올렸다. '앗' 이게 아닌데. 목차를 훑으면서 스멀스멀 피어났던 의구심은 이내 실망감으로 굳어 버렸다. 문장은 길고 문체는 낯설었다. 책은 두껍고 더디 읽혔다. 사랑에 대한 환상은 깨지고 사랑에 대한 논리는 불편했다. 난생 처음 내 돈으로 구입한 책이 아니었더라면 혹한의 겨울방학을 '사랑의 기술'과 힘겨루기하면서 보내는 일은 결코 없었을 터이다.
'이제부터 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다.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다. 다만, 네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네가 책임져라' 선친은 필자와의 사랑에 대한 논쟁을 마무리하며 선언했다.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상열지사'를 먼저 떠올리며 터부시하던 선친에게 사랑의 보편성(형제애, 모성애·부성애, 성애, 자기애, 신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고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야말로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겠냐고 반문하는 까까머리 중학생이 기특하셨던 모양이다. 간다온다 보고만 하면 여행도 자유로웠고 만화방, 당구장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나 선친의 선언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철학적 편광필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행동하기 전에 이 판단이나 행동이 선친이라면 용납할 만한지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선친의 선언은 어느새 자신감이 지나쳐 경솔해지거나 독단적이기 십상이었던 내게 신독(愼獨)이라는 처방이 되어 나를 감호(監護)하였다. 돌이켜보면 이 처방은 필자의 삶이 흔들릴 때마다 단단하게 바로잡아준 인생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사랑의 기술'이 어렵사리 자신을 완독해준 내게 건네준 첫 선물이자 축복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배려에 놀라워하는 내게 '이게 원래 내 모습'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던 20대 중반, 아가씨와 결혼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아내는 여전하다. 나는 애써 노력하지만 그녀는 맞춤복을 입은 듯 편안하게 사랑의 기술을 구사한다. 왕성한 사회생활 탓에 사랑의 대상이 많은 내가 그녀와의 관계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위하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녀에 대한 관심과 존경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점점 더 진해지는 것은 덤이다.
우리 가족의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다며 요청하는 주례 부탁은 거절하기 어려웠다. 40대 초반 주례계(界)에 입문한 이래 부부의 연을 맺는 젊은이들에게 주례로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주문만큼은 빠짐없이 해왔다. 상대방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들면 서로의 성장을 북돋우는 사랑은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변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라'는 응용편이다.
'사랑의 기술'이 필자의 인생도서라고 해서 독자 여러분에게도 그만큼의 영향력을 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앞서 언급했던 바, 읽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천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단언컨대 '사랑의 기술'을 읽고 실천하면서 당신은 그 이전의 당신과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신경호 대한금속재료학회장은 다음 글쓰는 이로 서울대 의대 이정상 교수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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