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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유유

 

웹서핑을 하다가 '교수님 울리는 법'이라는 제목의 유머 글을 본 적이 있다. 방법은 간단했다. "세미나에서 자신이 쓴 석사 논문을 읽게 하면 된다"였다. 우리는 안다. 연구를 잘한다고 해서 집필 실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공부를 평생 업으로 삼겠다 다짐한 이에게도 글쓰기는 고역이다. 취업준비생 시절에 자기소개서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엔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필자도 그 중 하나다. "카프카의 가장 분명한 장점은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솜씨이다. 단 몇 행만으로 그는 영원히 남을 상처를 새겨 넣는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거장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을 묶은 선집을 펴내며 책의 앞장에 실은 문장이다. 카프카의 '독수리'를 안 읽고 배길 수 없게 만드는 찬사다. '쓰기의 말들'은 보르헤스처럼 간결하고 멋진 문장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짓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나는 글쓰기를 독학으로 배웠다"라는 말로 책은 시작한다. 전업 작가가 아닌 평범한 주부였던 저자는 한 선배의 요청으로 사보에 자신이 쓴 글을 얹게 되면서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독자가 분명치 않은 비매용 기업체 정기 간행물을 누군가 한 사람은 본다는 마음으로 공들여 글을 썼고 거짓말처럼 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며 신망을 얻게 돼 작가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문필 하청 업자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만의 문장 노트가 수십 권 쌓였다. 어느 순간이 되자 나는 '다른 글'을 쓰고 싶어 몸이 달았다. 내 몸에 투입되는 문장과 내 몸이 산출하는 문장의 간극을 견딜 수 없었다." 사람은 '내가 바라는 나'와 '현실의 나'가 다를 때 좌절을 겪고 우울감에 빠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는 어떻게 이 고통을 이겨냈을까? "글을 안 쓰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리며 '쓰기의 말들'이 글쓰기로 들어가는 여러 갈래의 진입로가 되고 각자의 글이 출구가 되어 주길 바란다"는 말로 저자는 서문을 마무리한다. 229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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