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일련의 사진들이 회자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인터넷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롤)'를 하는 사진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선글라스에 가죽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이런 활동을 마케팅 분야에서는 '부캐(부캐릭터)'라고 한다. 본인을 규정하는 메인 캐릭터 외에 또 다른 캐릭터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 새로운 관심을 끄는 것이 부캐 마케팅이다.
하지만 두 사진을 본 주위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깊은 한숨, 또는 '어이 없다' '측은하다'는 게 많았다. 이들이 평소 보였던 엄근진(엄격·근엄·진지)에서 탈피해 젊은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애 쓰고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뭔가 어색하다'거나 '가식적'이란 반응이 더 많았다.
왜 그럴까.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30이 등을 돌려 사실상 참패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도 결코 여유를 가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게다가 국민의힘에선 30대의 젊은 주자가 당 대표를 맡아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당연히 젊은 층으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뜩이나 586세대가 명분과 돈과 권력 모두를 가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두 차기 대권주자가 저런 부캐 마케팅을 생각해냈을까.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자. 지난 보궐선거에서 청년들이 흔히 얘기하는 이른바 '꼰대'들이 롤을 몰라서, 힙합을 몰라서 그들로부터 외면당한건가. 2030이 분노한 것은 기성세대들의 위선이었고 거짓이었다. 말로만 '공정'을 외쳤을 뿐, 뒤로는 모든 걸 다 가진 채 젊은이들의 계층상승 사다리를 걷어찬 것에 대한 분노였다.
두 대권주자의 '젊은이 코스프레'는 오히려 청년들의 분노 게이지만 더 높이는 역효과를 내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인식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진정 2030의 표심을 잡겠다면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들의 고민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그저 게임 아이디 하나 만들고, 힙합 댄스 춘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건 2030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지도자라면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비전을 주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두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공정과 정의가 왜곡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핵심 콘텐츠가 먼저고 그 다음이 부캐다. 그저 남의 정책을 비판만 하고, 정작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부캐는 커녕, 본 캐릭터로도 승부를 볼 수 없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젊은 후보를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 세대교체를 인정하고, 새로운 인물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연륜과 지식을 전수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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