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필자가 하루에 꼭 한번 들르는 블록 애호가 온라인 동호회가 있다. 지난 22일 저녁, 이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미개봉 새 제품이 정가의 9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올라왔고 득템의 기회를 포착한 한 회원이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뛰어가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판매자의 태도가 영 께름칙하고 장난처럼 느껴져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며 혹시 판매자에게 제품을 구매한 분이 있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댓글엔 '진짜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했다. 누군가 해당 판매자에게 제품을 샀다는 인증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진실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했으나 눈썰미 좋은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한 학생의 자작극임이 밝혀졌다. 사연자는 "관종은 좋은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죠. 출발한다고 했을 때 팔렸다고 오지 말라고 하던가… 몇 명이 허탕쳤을지 생각하니 화가난다"고 했다.
필자는 그의 허탈한 심정에 깊이 공감했다. 서울시가 투명행정을 실현하겠다며 만든 '서울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에 자료를 찾기 위해 들어갔다가 맨날 골탕먹고 빈손으로 나와서다. 지난 7일 취재차 불광천을 찾았다. 주민들은 하천물이 더럽고 냄새난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실제로 가서 보니 1급수 지표종을 찾을 수 없어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에 들어가 '불광천 수질'을 검색했다. '건설기술용역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 협의 회신'이란 제목의 글이 있었다. 문서가 부분공개 돼 있어 불광천 수질개선 시설정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사업수행 능력 세부평가기준 협의에 대한 검토의견이 담겼다는 내용까지만 알 수 있었다. 정작 중요한 검토의견서는 비공개 됐다.
이번엔 '불광천'을 검색어로 설정해 범위를 넓혀봤다. '불광천, 홍제천 붉은 바닥 조사 결과 보고'란 부분공개 문서를 확인했다. 불광천과 홍제천 유지용수 공급 지점의 하천 바닥이 붉은색을 보인다는 시의원과 자치구 민원이 있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본청(물순환정책과), 자치구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것인데 결과보고서를 또 비공개해놨다.
대체 이 결과보고서를 시민들이 몰라야 할 이유가 뭘까. 서울시 공무원들은 사비를 털어 행정문서를 작성하는 걸까? 시민에게서 뜯어낸 세금으로 만든 '불광천 홍제천 붉은 바닥 현상 조사 결과보고서'를 왜 비공개하는 걸까? 시는 지난달 19일 기준 정보공개청구 부분공개율이 41%(전체 4304건 중 1777건)에 달한다는 지적에 "부분공개된 문서 1777건 중 1445건이 개인정보를 포함한 사항"이라며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정보는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연구나 통계 작성 등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변명이 참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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