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를 살펴보면 '매도(sell)'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애널리스트는 매도 대신 투자의견 '중립'이라는 간접적인 표현을 쓰거나 목표주가를 낮춰 제시하는 방법 등을 택한다. 아예 리포트를 발간하지 않기도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99.7%가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반면 CLSA,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기업 매도 의견 비율은 20%가 넘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기업과 개인투자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자 해당 기업으로부터 '기업탐방 금지'라는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면담 압박도 부지기수다.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대폭 커졌다. 5월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는 4771만개로 집계됐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란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며, 6개월동안 한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를 뜻한다. 우리 국민 1인당 1계좌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일색이라며, 차라리 주식 관련 유튜브 방송을 보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리서치센터가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순간,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란 본연의 역할이 희미해지는 셈이다.
리서치센터는 투자은행(IB)과 달리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 투자자를 위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곳이다. 애널리스트가 투자자 눈치를 보지 않도록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도 보고서에 대한 비중이 높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따라 매매가 이뤄질 경우 그에 따른 보상이 애널리스트에게 직접 주어지는 등 강력한 유인책이 존재한다.
물론 국내 증권사는 독립성이 보장된 외국계 증권사와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실제로 증권사의 법인영업 부서와 리서치 부서 사이에는 실질적인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애널리스트가 양질의 리서치 자료를 소신껏 생산해낼 수 있도록 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의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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