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지분 100%인 삼성웰스토리가 공정위 제재를 받으면서 재계에는 '일감 몰아주기' 공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래 먹거리 투자까지 또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며 각사별로 총 과징금 2300억원을 부과했다.
마진 25%를 보장하고 인건비 15%를 수수료로 얹어주는 등 특혜를 받았고, 이를 통해 업계 질서를 위협했다는 이유다.
공정위는 이를 과거 오너 일가에 자금줄로 활용했다며, 과거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조치도 예고했다.
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급식업체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기준인 총수 일가 지분 제한 규정과도 관계가 없지만, 공정위는 2015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모회사인 삼성물산 전체 이익의 75%에 달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은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일단 웰스토리 매출 비중이 당시 일시적으로 삼성물산 경영 부진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웰스토리가 합병과정에서 기여했다는 등 주장도 사실과 다르고 부당지원 지시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재계에서도 공정위 주장이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회사가 직원들 식사도 직접 챙겨주지 못하냐는 것. 게다가 웰스토리 매출이 1조원 수준으로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 수준에 불과한데도 '캐시카우'로 지목한 데에 또다시 '삼성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1위 공장을 운영하면서 웰스토리를 통해 직원들에 싸고 품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혹시라도 일어날 질병과 감염 문제도 해결해줬다"며 "지분 구조도 명확한데다 매출도 미미한 수준인데 일감 몰아주기라고 제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웰스토리가 제재를 받으면서 다른 그룹사들도 긴장하는 눈치다. LG그룹과 LS그룹은 아워홈, 현대차그룹은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린푸드에서 식품을 공급받는 비중이 적지 않다. 특히 현대차 단체급식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사안이 올라왔다. 모두 직접 계열사가 아닌데다가 입찰을 거치는 등 공정하게 업체를 선택했다는 입장이지만, 웰스토리와 같이 '찍히면' 걸릴 수 있게 됐다는 우려도 크다.
급식업체뿐 아니다. 그룹사들이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육성하고 있는 미래 산업,마찬가지로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언제든 공정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당장 SK실트론이 이미 공정위 표적이 된 상태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로, 2017년 SK그룹이 LG그룹에서 인수했다. 공정위는 당시 최태원 회장이 부당하게 지분 29.4%를 인수했다고 의심하며, SK실트론이 SK그룹 인수 이후 영업 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데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획득한 지분은 공개입찰을 통한 것으로, 부당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SK실트론이 SK하이닉스와 거래하는 비중은 20% 안팎, 삼성전자보다도 낮다. 내부적으로도 일감 몰아주기를 의식해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을 주도하는 회사, 삼성전자 계열사인 세메스도 내부 거래 비중이 90%를 넘는다. 삼성전자가 지분 91.54%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 1.5%를 현금배당했다.
세메스는 공정거래법상 불가피한 경우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는 않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웰스토리까지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적용한 만큼, 세메스도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가 대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이 된 것 같다"며 "이런 식이면 수직 계열화는 물론이고 미래 사업 투자도 무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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