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가격은 조금 인상됐지만 매출까지 대폭 증가하지 않았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에서 만난 직원들은 최근 중고차 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큰 폭으로 위축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등 반도체 주문도 함께 줄였다.
이에 반도체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신 스마트폰과 노트북, 게임기기 등 IT 업체로 물량을 전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됐지만 자동차 반도체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국내에서는 신차 구매시 최대 6개월 이상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차량 가격 인상 등을 중고차 시장이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중고차 시장 호황?…'일부에 불과'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새로 등록된 중고차의 수는 160만대로 지난해에 비해 20.1%가 증가했다.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인기 중고차의 가격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용인과 수원, 인천 등 주요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난 직원들은 반도체 특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용인 오토허브에서 만난 A 상사 대표와 B 상사 대표 모두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중고차 가격은 인상됐지만 매출이 대폭 증가한다거나 체감될 수준으로 상승하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A 상사 대표는 "중고차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펠리세이드, K5, 쏘렌토 등 인기 차종은 가격 방어가 더 잘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차 출고까지 6개월~1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다리다 지쳐 짧은 연식의 중고 차량을 구매하긴 한다"며 "하지만 엔카나 케이카, 헤이딜러 같은 플랫폼 업체를 이용하지 여기(오토허브)까지는 잘 오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B 상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B 상사 대표는 중고차 가격과 매출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오른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반도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다른 부품들도 부족해 손님이 차 키 하나 주문하려고 해도 3개월이 걸린다"며 반도체만 부족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부품이 부족한 상황을 설명했다.
중고차 가격이 인상되긴 했다. B 상사 대표는 "매출은 재작년 대비 5%~7% 정도 올랐다"고 하면서도 "마진은 오히려 그전보다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예전엔 1000만원에 차량 구매 후 정비해서 1100만원에 판매하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헤이딜러와 같은 큰 경쟁업체들이 많아져 매입가가 상승해 1100만원 정도에 구매해 1138만원에 판매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광택비, 주차비, 기본 정비 등 다양한 혜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부담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중앙자동차매매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매단지 주차장에서 만난 딜러 김광훈씨는 손가락으로 단지를 가르키며 "손님이 있나보세요. 전부 딜러들입니다"며 "평일이고 주말이고 사람 없긴 마찬가지죠. 반도체 특수는 모르겠다"고 중고차 시장의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에 개장한 국내 최대 수준의 중고차 매매단지 겸 복합공간인 'SK V1 모터스(이하 SK)'나 '도이치오토월드(이하 도이치)'도 조용했다.
SK에 입점해있는 최철호(49)씨는 오히려 반도체 수급난이 악재(惡材)라고 말했다. 그는 "신차가 많이 팔려야 중고차 시장도 운영이 잘된다"며 "기존에 타던 차를 중고시장에 내놔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수급난이 발생하면서 차를 안 팔고 버티면 순환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수입이 늘어났대도 반도체 특수보다는 계절 특수일 거라는 게 현장의 반응이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전국 월별 중고차 거래 통계를 보면 활동량이 많아지는 3월부터 7월까지 성수기를 이룬다.
한정적이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특수로 작용하는 영역이 있긴 하다. 생계와 직결되는 화물차 영역이다. 차를 이용해 수입을 벌어야 하기에 신차가 출고될 날을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은 신차 가격에 준하는 돈, 심지어 웃돈을 주고서라도 중고차를 산다. 대기 기간이 1년 정도로 아주 긴 차들이나 하이브리드카 같은 게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만, 수가 많지는 않다. 최 씨는 "코로나19로 보복소비가 증가했다고 하는데 보복소비를 중고차로는 하지 않는다"며 "안사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계속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이 중고차 시장의 특수라고 보기엔 양도, 질도 못 미친다는 평이다.
그러나 경기도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신부평자동차 매매단지의 분위기는 사뭇달랐다. 중고차매매단지 직원은 "평일에는 한산하지만 주말에는 상담을 받기위해 대기하는 고객도 있다"며 "원래는 이 정도로 호황을 띄진 않았는데 지난 3개월간 매출이 대략 5%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매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인천의 중고차매매단지에는 차를 구매하려는 주말 예약 고객들이 만석이었다. 중고차매매단지 관계자는 고객 중 원래 신차를 구매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고차매매단지에 상담을 받으러 온 정은석(48·경기 부천) 씨는 "실제 와서 보니 중고차도 괜찮았다"며 "아직 구매할지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저렴한 가격, 바로 받을 수 있는 점이 중고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보다 대기업 진출시 '전멸'
중고차 시장에서는 반도체 특수에 대한 기대보다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그동안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불가능 했지만 지정 기간이 2019년 2월로 종료됐다. 현재는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가아·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중고차 판매자로 종사하는 강은수(가명) 씨는 "왜 대기업들이 우리의 영역까지 넘보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상생을 말하지만, 처음만 그렇게 말하고 나중에는 분명히 돌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차 등록 6년 이하 및 주행거리 12만km 이내 중고차만 취급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중고차딜러협회 협회장 김지호(51)씨는 6년, 12만km라는 조건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 주효한 알짜 상품들이라 지적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70~80% 정도 되는데, 현대차가 시장에 진입해 알짜 상품들을 다 선점할 거라 우려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정말 투명한 시장을 만들고 싶으면, (가만히 둬도 알짜인 상품들보다)오히려 연식이 더 오래된 차들을 잘 쳐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애초에 잘 못 만든 차, AS도 안 해주는 차만 영세업자들한테 넘기겠다는 거 아닙니까. 대기업이 들어오면 영세업자들은 최소 30% 이상 문을 닫을 겁니다."
도이치에 입점해있는 권정균(52)씨는 현재 상황을 '공포'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대기업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는 (수소차나 전기차처럼)취급하는 품목이 바뀌어도 유통은 명료할 것이란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라며 "그런데 대기업이 진입하면 내가 과연 설 자리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10년 동안 죽기살기로 매달려 왔는데, 이게 다 없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공포 자체다"고 말했다.
결국 "(대기업 진출을) 미룰 순 있어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 진출을 대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 쌓기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시장 중고차 시장 진출의 명분이 되기도 한 '레몬마켓'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몬 마켓은 중고 물품을 파는 이와 사는 이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품질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레몬 마켓에는 불량품이 판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원 중고차 매매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SK와 도이치에 있는 200여개 상사들은 각각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을 들여 새로운 단지에 입점했다. 비용은 많이 들어도,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에 입주해있단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용인 오토허브의 경우 지하에는 매매상의 중고차 물량을 진열해 놓을 수 있는 주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상사 업체 직원들이 손님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기존 중고차 매매 단지와는 달리, 오토허브는 손님이 지하에 있는 차를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업체에 전화해 상담 요청을 하는 방식이다. 단지 내 곳곳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구매자가 원하는 매물이 있는지 직접 검색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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