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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리더의책장]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추천하는 '금리의 역사'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금융통화위원으로서 채권, 예금, 대출금리 등 모든 금리의 출발점이 되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일을 벌써 5년 넘게 해오고 있다. 1년에 8번, 한달 반 정도의 간격으로 금융경제 상황의 변화를 살펴보고 기준금리 결정에 임하다 보니 아무래도 단기 시계에서의 지표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단기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거시경제정책인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도 장기적 시계에서의 금융·경제 흐름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시드니 호머와 리처드 실라의'금리의 역사'는 경제의 단기적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혹시 지면 밑에서 도도하게 흘러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장기 시계에서의 경제적 흐름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기게 해 준 책이다.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고대부터 중세, 근대,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들의 쉽게 수집하기 어려운 금리 데이터와 금리 움직임의 배경을 빼곡히 담고 있는 역작이다.

 

저자인 시드니 호머는 과거 월스트리트의 채권강자였던 살로먼 브라더스의 채권시장 리서치팀을 이끌었던 채권시장 분석전문가로 유명하였다. 이 책의 금리 데이터와 역사적 배경을 따라가다 얻게 된 몇 가지 인사이트를 간단히 공유해 보고자 한다.

 

우선 금융시장 발전과 경제발전과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다. 16세기 말 네덜란드, 17세기 초 영국 등 세계를 주름잡았던 국가들의 금리 움직임을 살펴보면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국가의 금리가 낮게 유지될 수 있었던 데는 자금이 원활하게 융통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한 채권발행제도 마련, 국가의 재정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등 훌륭한 자본시장 인프라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드니 호머의 분석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금리의역사.시드니호머·리처드실라 지음. 이은주 역. 리딩리더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존재는 이들 국가를 금융중심지로 이끌었고 상인들은 도전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며 상업이 발달하고 경제가 확대되었으며 국가는 저리로 장기채를 손쉽게 발행해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며 자연스럽게 패권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통화정책 결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수많은 데이터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인류 최고의 기술혁명 시기라 할 수 있는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18세기 후반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금리가 모두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인 만큼 자금의 수요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금리는 하락 추세에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물가와 금리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지금처럼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았던 시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최근의 인구동학 변화, 신흥국의 노령화 등으로 물가와 금리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현재의 저물가·저금리의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기술발전과 생산성 향상이 금리, 물가 등에 미치는 변화는 단기 시계에서는 잡히지 않는 흐름이라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초입으로 평가받는 현 시점에서 과거 산업혁명 시기의 경험을 잘 살펴본다면 향후 금리·물가의 움직임에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흔히 역사를 거울에 비유하여 사감(史鑑)이라 한다. 이는 당 태종 이세민이 의관을 정제할 수 있는 동거울(銅鑑), 직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 거울(人鑑),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역사 거울(史鑑) 등 본인을 비추는 세 개의 거울(三鑑)이 있다고 한 데 유래했다고 한다. 역사의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면 바람직한 미래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음을 함축하는 것일 테다. 여러분도 '금리의 역사'를 통해 금리의 미래를 가늠해 보시기를 권해본다.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다음 글쓰는 이로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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