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포(もうふ)'가 일본식 한자라며 핏대를 세우던 군대였는데 새롭게 보급되는 것은 개선된 담요(모포의 우리식 표현)가 아니라 민간느낌 풀풀 이불과 사계절 침낭이라고 한다. 언론들은 '모포털이는 추억과 함께'와 같은 감성적 제목으로 이를 알렸다.. 뭐가 중요한지는 필요 없는 세상이다.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민·관·군 협의회'가 날려보낸 것은 모포가 아닌 '싸우는 군대'를 위한 '개념'이다. 2001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지금까지 군 선후배들과 대화에서 항상 '개념잡아'라는 말이 핵심이 되고 있다.군대는 이 나라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임무다. 즉, 적이나 위험을 상대로 싸워 이겨야 하는 생활습관이 존재의 개념이 된다.
존재의 개념을 잃지 않은 범위에서 장병들의 인권과 편익이 보장돼야 한다. 이유없이 '불편하고 질 나쁜 보급품을 쓰고 참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군대와 이를 받쳐주는 사회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국방부는 11일 민·관·군 합동위원회 산하 장병 생활여건 개선 제2차 분과위원회 회의 내용을 전하면서 사용이 불편한 모포와 포단(군용 메트리스위에 덮는 침구)의 보급을 중단하고, 해·공군처럼 상용 이불과 4계절 침낭을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장병들이 담요나 포단을 쓰는 것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조치는 '군알못(군대를 알지 못하는 자)'들의 파티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육군은 육상기지와 함정 등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전투하는 해·공군과 달리, 주요 거점을 이동해 점령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한곳에 머물러 생활하지마은 않는다. 군대의 매점을 육군은 P.XF, 해·공군은 B.X라고 부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여기서 P는 POST(거점), B는 BASE(기지)를 의미한다.
꼬꼬마 소위 시절 GOP 소초장실에 하늘색과 파란색이 뒤섞인 '개선형 침구'가 놓여 있었다. 귀한 것이라 장교인 소초장에게 준 것이라고 했지만, 국방색 침낭과 모포, 얼룩무늬 포단을 요청했다. 실내에서 보온력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작전간에는 쓰기 힘든 침구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 침구류는 81밀리 박격포를 닦는 꼬질대의 일명 '면봉대가리'로 환생했다.
담요는 침구 외에 비상시 체온유지나 기타 응급상황에 활용되지만, 민간 침구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야외에서 체온유지를 위해 쓰는 대형 비닐과 은박지를 보급한다면, 민간 침구를 주둔지에 한정해 쓰는 것도 고려할 순 있다.
기존의 침낭대신 지급한다는 '사계절 침낭' 또한 미스테리다. 여름은 고온다습하고, 겨울은 한랭건조한 한반도 기후에 4계절을 충족하는 신기방기한 침낭이 진짜 존재할까. 돈 없다고 기후에 맞는 레이어링 시스템 피복 대신 동계 패딩을 준 군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군 장병들이 착용한 전투복이 처음 나왔을 때, 군 당국은 사계절 전투복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실상은 '여름에 더 따뜻하고 겨울에 더 시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하절기 전투복을 따로 보급했다. 병영문화혁신의 핵심은 '자랑질'이 아니라 '야전 적합성'이다. 동물도 몸으로 배운건 잊지 않는데 사람이 어떻게 반복할까.
임병장, 윤일병 사건으로 2014년 등장했던 병영문화혁신 민·관·군 협의회의 재림인가. 전문가로 구성했다지만, 야전의 현실은 잘 모르는 전문가들인가. 그럼 기자도 '전 문가(文家) 입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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