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장병들을 총탄으로부터 지켜 줄 '다목적 방탄복'이 3년째 납품이 지체되는 어이 없는 일이 발생했다. 다목적 방탄복을 납품하는 S사는 2019년에 이어 2020년 계약분도 제 때 납품하지 못 했다.
19일 복수의 군 및 군수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S사는 2020년 계약분에 적용된 구매요구도(일부 매체는 ROC로 잘못 표기) 중 하나인 '유연성'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제때 납품을 하지 못했다. <메트로경제신문> 은 지난해1월 9일 '군수품 조달체계, 군과 기업 상생위해 개선돼야'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S사가 2019년도 계약분을 납기일까지 납품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메트로경제신문>
◆다목적 방탄복 태생부터 논란
다목적 방탄복은 태생부터가 논란이었던 개인방호장비다. 2014년 군 당국이 보급을 실시한 다목적 방탄복은 미 육군이 채용한 'IOTV 방탄복'의 개념을 적용했지만, 기능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형상적으로는 '몰리(MOLLE)'라고 불리는 줄칸 형태의 웨빙이 홀수로 제작돼 다양한 임무에 맞춰 부착할 수 있는 파우치(주머니)를 균등하게 부착할 수 없다. 통상 미국 등 외국군의 경우 짝수로 호환이 용이한 규격을 갖추고 있다. 미군 등은 이 규격에 따라 파우치보다 경량화되고 휴대가 편리한 '체스트리그'도 탈부착할 수 있지만, '다목적 방탄복은 전투조끼를 덧대어 입거나, 전투조끼에 부착된 파우치를 일일이 옮겨서 부착해야 한다.
일반 보병 등이 파편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설계된 IOTV의 설개개념을 적용했지만, 목 부위를 방호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크고 앞으로 쏠려있어 전술적 행동을 방해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다목적방탄복과 관련된 가장 큰 논란은 2016년 3월 23일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드러난 방탄능력의 문제였다. 당시 감사원은 "2014년부터 도입한 다목적 방탄복이 북한군의 AK-74소총의 철갑탄(철심이 탄자에 든 탄)을 방호할 수 없다"는감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 관계자는 철심탄의 철이 '뚫을 철(徹)'이 아닌 '쇠 철(鐵)'로 이해했고, 방탄복의 국제표준 규격인 미 법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Justice)의 NIJ 등급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미국 등 선진국 국가들은 이미 민간 기준인 NIJ 등급과 다른 독자적인 군사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개발사였던 업체가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와 유착관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이은 납기지연, 조달체계가 원인
2018년 다목적 방탄복 납품 계약을 따낸 E사는 납품지연으로 지체상금을 물게 됐다. 이 배경에는 짧은 기간 내에 대량의 방탄복을 납기해야 하는 계약조건도 큰 원인이었다. 납품 수량에 대한 문제의 지적이 나오자, 군 당국은 납품 수량을 2차례로 나누는 것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2019년 다목적 방탄복 납품 계약과 관련해 방사청은 사업설명회를 통해 업체가 생산능력을 초과해 무리하게 입찰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방사청도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에게 희망납품수량의 우선권을 주는 조달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똑 같은 문제는 이어졌다. 익명의 군관계자에 따르면 S사도 납기일을 초과했다. 2019년도 계약분은 그해 12월 20일까지 납기가 완료돼야 했지만, S사는 12월 중순에 국방기술품질원에 성능평가를 받았다, 당시 기품원은 성능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함구했다.
2020년 S사가 납품해야 하는 수량은 전체의 95.8%인 6만1428벌로 반년이 넘게 미납 상태다. 군 당국은 다목적 방탄복의 대대적인 개선도 없이, 2023년까지 육군 전 장병과 공군 해군 해병대 일부 장병들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더욱이 우리 군의 '대체불가 전력'이라고 불리는 특수전사령부 소속 대원들을 중심으로 보급될 '3형 방탄복'은 수년 간에 걸쳐 각기 다른 업체가 납품을 해왔지만 봉제 등 품질의 문제, 방호의 핵심 부위인 킬링 존(KILLING ZONE)을 안정적으로 잡아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또한 짧은 기간 내에 최저가로 납품을 완료해야 하는 조달체계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올해 8월말 입찰결과가 공개될 예정인 3형 방탄복의 신규 납품업체는 낙찰후 4개월 이내에 2만벌을 납품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재 주문과 품질 건사에만 적게도 2달이 소요된다. 사실상 부실납품을 군 당국이 방조하거나,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사업추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3형방탄복에 대해서는 "부대조달품으로 방사청 입장제시가 제한된다"면서 다목적방탄복의 계약과 관련해서는 "과거 능력부족업체의 저가낙찰을 방지하고자 지난해부터 총액제로 적격심사 및 생산능력 확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조달은 업체의 적정 생산기간 보장을 위해 계약행정절차를 단축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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